평소에도 늘
바다처럼 살고 싶어
바다 노래도 즐겨 부르시던
그리스도의 사제
바위섬처럼 묵묵하고 어진 인품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던 우리의 사제는
8월의 바닷가에서
태양보다 뜨거운 사랑으로
단숨에 타버리셨네
이웃의 목숨을 구하고
하얀 파도로 부서져
영원에 이르셨네
만나는 모든 이를
아무 차별없이
한결같이 대해주시던
그 따뜻한 미소
이젠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완전히 타지 않고
연기만 내뿜는 불쏘시개가 되지 말고
제대로 타는 사랑의 불이 되라』이르시던
그 조용하고 겸허한 가르침을
이젠 어디에서 다시 들을까
오오, 신부님 아직도 할 일이 많으신데
그렇게 갑자기 서둘러 떠나시다니…
끝없는 눈물 속에
사람들은 저마다
신부님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더러는 침묵으로 접어두며
기도의 향을 피워 올리네
이제 우리는
희생적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신
신부님을 위해 울기보다는
말로만 사랑을 부르짖고
실천이 더딘 우리의 이기적 잘못을
더욱 울어야 하네
바다 같은 사랑으로
세상에 사시다가
바다 같은 사랑으로
세상을 떠나가신
잊을 수 없는 푸른 사제
그의 주보성인 축일에
기쁨의 꽃다발 대신
마지막 봉헌의 촛불을 켜야 하는
오늘의 슬픔이여
우리는 오늘 그의 육신을
차디찬 묘지로 보내지만
그의 깊고 숭고한 사랑의 정신을
우리의 따뜻한 가슴 속에 묻네
그리하여 영원한 이별이
영원한 사랑으로 새로이 이어짐을
우리 함께 믿으며 하늘을 보네
『오오, 우리 모두의 그리운 신부님
안녕히 가십시오』
1994.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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