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사람들이 버린 돌이 모통이의 머릿돌이 되었다(시편 118장 22)라고 한 성경 말씀이 무슨 뜻이냐?』. 예수께서 이 말씀을 인용하신 것은 살인 소작인들의 비유를 결론 짓는 또 하나의 은유이다. 사람들이 업신여긴 것, 쓸모 없다고 버린 것을 하느님은 쓸모 있게 보시고 귀하게 여기시어 긴요한 자리에 놓으신다는 교훈이다.
구약성서에서는 돌의 명상은 포도밭의 명상 만큼이나 자주 인용되는 생활의 일면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포도밭에 비유되어 사람들이 가꾸어 나아가야 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하느님의 성전은 보기에도 웅장하지만 그 건물을 훌륭하게 해주는 것은 그 재료로 들어가는 돌을 잘 골라 써야 한다. 화려한 성전은 돌이 돌 위에 놓여져서 벽을 이루고 대들보를 이루지만 그 많은 돌들은 맨 밑의 초석이 든든해야 모든 돌들을 지탱하게 된다. 이 돌을 유대아인들은「모퉁이의 머릿돌」이라고 한다.
모퉁이의 머릿돌은 벽과 벽사이의 기반이 되어 연결고리를 이루고 성벽인 경우에도 역시 성벽 모퉁이에 든든한 돌을 놓아 성벽을 견고케 한다. 예수께서 악마의 시험을 당할 때(마태 4, 5) 성전 꼭대기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던 그 성전은 헤로데 대왕(기원 전 39∼4)이 보수한 성전으로 동쪽 벽과 남쪽 벽을 지탱하던 모퉁이의 머릿돌은 길이가 8m, 두께와 너비가 2m나 되는 큰 돌이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이 성전의 용마루 돌은 50m 밑의 체드론 계곡을 굽어보며 웅장하게 성전 벽을 밑에 깔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모퉁이의 머릿돌의 비유를 말씀하실 때 이 웅장한 건축물의 돌들을 가리키며 실감 있게 말씀하셨을 것이다. 만일 이 돌들이 떨어져 사람이 깔리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또 누가 그 돌 위에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유대아의 지도자들은 그 성전이 무너져서 사람들이 그 돌에 깔리거나 돌 위에 떨어지는 일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지만 이미 예언하신 대로 실제로 이 성전은 무너져서 돌이 돌 위에 얹혀 있지 못하게 되는 일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이 사건은 70년에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의하여 초토화되어 옛 성전은 멸망하고 이제 새로운 예루살렘 새로운 성전의 건축을 예고하는 것이며 그 새로운 예루살렘과 새로운 성전의 주춧돌은 유대아인들이 배척한 예수 그리스도가 될 것이다.
이 돌에 관한 비유는 이미 구약성서에 풍유적으로 말씀이 있어서 유대아인들은 익히 알고 있었다.『보아라, 내가 시온에 주춧돌을 놓는다. 값진 돌을 모퉁이에 놓아 기초를 튼튼히 잡으리니 이 돌에 의지하는 자는 마음 든든하리라』(이사 28, 16).
『그는 주님의 거룩한 처소이지만 이스라엘은 그 돌에 걸려 넘어질 것이며 부딛쳐 뒤뚱거리다가 넘어져 깨질 것이다』(이사 8, 14∼15).
다니엘도 그가 본 현성 중에서 아무도 손 대지 않은 돌 하나가 굴러 들어와서 제국들을 가루로 부숴버리고 끝내는 큰 산이 되고 온 세상을 가득 채우는 것을 보았다(다니 2, 34∼35 : 44∼45). 순례의 시편은 집 짓는 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는데 이것은 하느님의 위대한 작품으로 사람들 눈에 놀라운 일이다라고 읊었다. (시편 118, 22∼23).
예수는 수난을 눈 앞에 두고 이 모든 성경 말씀을 인용하여 당신이 곧 세상이 기대고 설 수 있는 성전의 머릿돌이 될 것임을 세상에 선포하신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이 새로운 구세사의 변환을 신자들에게 알리면서『여러분이 건물이라면 그리스도께서는 그 건물의 가장 요긴한 모퉁이 돌이 되시며 사도들과 예언자들은 그 건물의 기초가 됩니다. 온 건물은 이 모퉁이 돌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고 점점 커져서 주님의 거룩한 성전이 됩니다. 여러분도 이 모퉁이 돌을 중심으로 함께 세워져서 신령한 하느님의 집이 되는 것입니다』(에페소, 20∼22)라고 말하였다.
사도 베드로도 그리스도께서 신자들이 기대어 넘어지지 않을 살아있는 돌이라고 설파하여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 돌이 걸려 넘어지는 걸림돌이 된다고 말하였다(베드 전 2, 4ㆍ6∼8).
이 말씀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이 돌에 기대느냐 아니면 부딛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고 어느쪽이든 결정해야 할 결정적 순간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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