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가톨릭대학 학장 배문한(도미니꼬) 신부가 물놀이를 하다 빠진 익사 직전의 신자 3명을 구하고 8월 5일 오후 3시 30분경 자신은 끝내 선종했다.
배문한 신부는 이날 강원도 삼척군 근덕면 본촌리 성바오로수녀원 분원 앞 간이 해수욕장에서 경기도 송탄시 서정동본당 신자들과 휴가를 떠났다가 신자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자 6순의 몸으로 뛰어들어 이들은 모두 구하고 탈진, 인근 피서객들이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을 거두었다.
35년 동안 참 그리스도의 목자로서 살아온 것은 물론 마지막 순간까지도 살신성인의 사랑을 불태우고 영면한 배문한 학장신부는 자신의 회갑을 지낸 지 하루 만에 만인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영면, 평소 그를 존경해온 많은 사람들을 오열케 했다.
배문한 신부의 장례미사는 8월 8일 오전 10시 수원교구 조원동 주교좌 성당에서 봉헌됐으며 유해는 미리내 성직자 묘지에 안장됐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수원교구장 김남수 주교 주례, 교황 대사 블라이티스 대주교, 윤공희 대주교, 이병호 주교, 강우일 주교, 정명조 주교, 박석희 주교, 최창무 주교 등이 공동 집전하고 2백50여 명의 각 교구 사제와 2백여 명의 수도자, 3천여 명의 신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엄숙히 봉헌됐다.
이날 장례미사는 평소 고인의 성품과 사제로서의 삶을 반영하듯 전국에서 수많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참가, 배 신부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특히 배문한 신부의 축일인 도미니꼬 축일에 거행된 장례미사에서 김남수 주교는 강론을 통해『평소 배 신부는 그리스도의 그림자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오셨고 마지막 가시는 순간에도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셨다』고 강조하고『그분이 사신 행적을 따라 사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준 배 신부의 유언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배문한 신부의 숭고한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며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신학교 동기신부를 대표한 박석희 주교는 추도사에서『배 신부는 평소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셨다』고 회고하고 『사랑의 혁명가로 살아온 배 신부의 삶은 우리 모든 사람들의 큰 표양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례미사 후 배 신부의 유해를 실은 장의 행렬은 평소 사제 양성에 남다른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며 정을 쏟았던 수원가톨릭대학 교정을 둘러본 뒤 미리내 묘지로 떠나 신자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배문한 신부는 1934년 경남 김해군 녹산면 227번지(부산시 강서구 생곡동)에서 출생, 서울대 농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가톨릭대학에 입학, 로마 울바노대학과 대학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70년 5월 로마에서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사제로 서품됐다. 그 뒤 배 신부는 여주본당과 서정동본당 주임을 거쳐 광주가톨릭대 교수, 수원가톨릭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배 신부는 5월 4일이 회갑이어서 선종 하루 전날 강원도 북평성당에서 미사를 겸한 조촐한 회갑연을 신자들이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휴가도 과거 사목지였던 서정동본당 신자들이 회갑을 기념해 함께 떠난 뒤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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