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슈트 키드」(Parachutekid:낙하산 아이). 이는 최근 미국 언론들이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공부할 자세도 갖추지 않은 채 유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낙하산에 태워 적지에 투입하듯 미국에 내던져진 외국 청소년들을 지칭한 것이다.
비록 대만의 청소년 부모들 사례를 경고한 것이었지만 주위의 성공 사례들만 믿고 충분한 준비 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무작정 덤벼들거나 그저 외국어 능력이나 해외 견문만이라도 쌓아보겠다고 나서는 한국의 조기 유학생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네스코가 최근 보고한「93 세계 교육 보고서」는 80년에서 90년 10년간 해외파송 유학생이 많은 상위 25개 국 중 한국이 2백41%의 증가율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92년 말 현재 국외 유학생은 총 8만4천7백65명. 그 중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학생이 4만2천6백25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50.3%를 차지하고 있으며 1만6천7백84명(19.8%)이 일본에, 6천8백24명(8.0%)이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다.
지난 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해외 유학생들은 올해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지난 7월 11일 국무회의에서는 고졸 이상 학력자의 자비 유학 외국어 시험 폐지 등을 골자로 한「국외 유학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 앞으로 외국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은 더욱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0년대 말께부터 해마다 해외 유학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수는 6천~1만 명에 이르고 있다.
저마다 청운의 꿈을 안고 해외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지만 성공적인 유학생활로 학문 탐구와 조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그 뒷면에는 특별한 목적과 사전 준비도 없이 무분별하게 해외 유학길에 나선 20대 전후 조기 유학생들의 잦은 탈선과 방황이 만만치 않은 문제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1년 전 미국 하버드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7막 7장」이라는 유학 체험기를 펴낸 홍정욱군의 조기 유학은 성공적 유학 사례로 두고두고 국민에게 회자됐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재산 상속을 위해 친부모를 칼로 난자해 살해한 박한상군의 범죄는 범행 동기와 과정이 밝혀지면서 실종된 젊은이들의 윤리의식과 함께 명확한 목적의식 사전 준비 없이 부모들에 밀려 유학은 갔으나 학업은 뒷전인 채 마약 도박 등의 유혹에 빠진 유학생들의 실체가 밝혀지는 계기였다.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지난해 가을 미국 뉴저지주의 일본인이 경영하는 쇼핑센터 앞에서 한국인 조기 유학생 1명이 일본 여대생을 납치, 성폭행한 것이 알려진 바 있고 지난 2월에는 고위층 부모를 둔 유학생들이 몰래 일시 귀국, 강남에서 고급 승용차를 타고 가다 앞으로 끼어든 소형차 운전자를 폭행한 일도 발생하는 등 유학생들의 일그러진 단면은 여기저기서 불거져 알려졌었다.
현실 도피성 무분별한 유학 풍조는 자율화 조치 이후 8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나. 대학에서 학사 석사과정을 마친 엘리트들이 가는 좁은 문이었던 해외 유학은 자율화가 되자 졸부들을 중심으로 한 조기 유학 바람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학업 성적이 낮거나 재수 중인 자녀를 유학생으로 둔갑시켜「가면 된다」「영어라도 배우겠지」식으로 등을 떠미는 부모들에 의해 기본 어학 실력도 없이 조기 유학을 떠나는 부유층 자녀들이 상당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박한상군의 예와 같이 이들은 대부분 정작 중요한 유학 동기나 절차 그 자체보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충격으로 대학 진학은 커녕 부모가 보내준 돈으로 탈선의 길로 빠지는 예가 다반사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기 유학에 따르는 제 문제들은 한편 동결된 입학 정원으로 대학에 못들어가는 수험생 3/4에게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 주지 못한 우리나라의 입시 위주 교육도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초ㆍ중등 교육의 개혁과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학부모와 자녀 양쪽 모두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는 것이 성공적 유학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톨릭교육문화원장 안병초 수사는『조기 유학에 따르는 문제 해결은 일단 부모들이 공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공부할 수준이 되지 못하는 자녀들을 무작정 해외로 보내는 부모들의 처사는 일종의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 『부모들은 일단 자녀들이 어느 수준이고 어떤 적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서 거기에 눈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의 눈을 의식 결혼이나 취직을 위한 간판 따기용으로 자녀들의 유학을 강요하는 풍조는 불식돼야 한다』고 강조한 안 수사는『일단 유학을 가기 전에 자녀에 대한 수준을 정확히 측정하고 전문 상담실에 보내서 능력을 검토 수학 능력이 없을 때는 자격을 갖출 때까지 준비를 시키는 것이 더 이상의 파라슈트 키드를 막는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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