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함께 그리스도 사랑을 나누는 특별한 자리, ‘찾아가는 공연’이 그 기쁨을 더했습니다.” 가톨릭신문 창간 9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사도 베드로’가 ‘찾아가는 공연’으로 공연문화가 부족했던 교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교회 곳곳에 문화의 향기로 주님 복음을 전하는 일등공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주교좌본당 설립을 축하하는 기념행사, 지역 복지시설 생활인 무료초청, 대리구 지역 본당 신자들이 함께 모여 문화복음화를 이룬 뜻 깊은 자리에 이르기까지 웃음과 감동이 함께한 ‘찾아가는 공연’ 그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 청주 내덕동주교좌본당
설정 60주년 기념행사 일환
“신앙성숙 이루는 계기 되길”
8월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 있는 청주교구 내덕동주교좌본당(주임 박용근 신부) 앞마당에서는 본당 설정 60주년 축하행사를 위한 천막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같은 시간 성전에서는 뮤지컬 ‘사도 베드로’ 공연 팀이 오후 7시30분부터 열릴 공연 리허설에 여념이 없었다.
본당 측은 뮤지컬 ‘사도 베드로’ 공연을 성전에서 개최한 뒤 교우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행사를 계획했다. 또 본당은 설정 60주년 기념사업으로 5억5000만 원을 들여 대성당과 구 사제관에 있는 지붕 동기와 교체 공사를 3년 여 만에 마무리해 새 모습을 갖췄다.
8월 15일로 60돌을 맞은 내덕동주교좌본당은 지난 1957년 메리놀 외방전교회 맥노튼(나길모) 신부가 설립한 이후 나눔 실천에 앞장서왔다. 미국 가톨릭구제회 도움을 받아 어려운 사람들에게 밀가루를 배급하는 등 전쟁 직후 배고픈 이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처럼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 주교좌본당 60년 역사를 기념하는 자리에 뮤지컬 ‘사도 베드로’가 함께하게 된 것이다. 박용근 주임신부는 공연을 앞두고 “본당 자체에서 문화행사를 많이 개최하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상 그러지 못했었다”며 “그런 점에서 뮤지컬 ‘사도 베드로’야말로 60주년을 맞은 우리 본당에 꼭 맞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찾아가는 공연’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공연 시작을 1시간이나 앞뒀는데도 벌써 신자 수십여 명이 성전 앞에 모여들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공연을 보기 위한 열기가 뜨거웠다. 문화공연이 그리 많지 않은 지역인 만큼 ‘사도 베드로’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았다. 성전에 마련된 관객석은 이내 400여 명에 가까운 신자들로 가득 찼다.
공연이 시작되고 사도 베드로의 일상과 예수님의 등장, 고뇌에 찬 베드로와 유다, 순교하는 베드로의 마지막 모습 등이 무대에서 펼쳐지자 관객들은 울고 웃으며 함께 했다. 예수님과 베드로의 사제 간 대화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을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제자들의 모습에 깊이 빠져들었다.
무대가 끝난 뒤, 신자들은 배우들로부터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공연이 남긴 감동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송경옥(모니카·65)씨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베드로 사도를 만나는 장면에서 눈물을 왈칵 쏟았다”며 “예수님이 내게 직접 ‘너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시는 것 같았고 내 신앙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본당 사목회장 홍준영(알바노·60)씨도 “우리 본당 60주년 기념으로 뮤지컬이 공연돼 더욱 그 의미를 더했다”며 “뮤지컬을 본 신자 모두가 참다운 신앙인으로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감동적으로 지켜 본 박용근 주임신부 역시 “사제 생활 25년 만에 깊은 울림의 감동을 받게 된 자리였다”고 감격했다.
뜨거운 호평을 받은 공연에 이어 8월 15일에는 본당 설정 60주년 감사미사가 봉헌됐다. 박 신부는 강론을 통해 “60년의 역사는 우리는 메리놀 선교사들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의 땀 흘림과 노력으로 열매 맺어진 것”이라며 “이제 이 결실을 삶의 자리에서 사랑 실천으로 이웃과 나눠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미사 후에는 교우들이 모두 모여 음식을 나누고 흥겨운 놀이 한마당을 펼쳤다. 구역별 대항 명랑운동회와 푸짐한 경품 추첨 행사도 열렸다.
8월 14일 오후 청주 내덕동주교좌성당에서 창작뮤지컬 ‘사도 베드로’ 찾아가는 공연이 열리고 있다. 사진 신동헌 기자
■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시설 장애인·노인 초대
문화 통한 신앙의 기쁨 선사
8월 16일 오후 대구대교구청 교육원 대강당에서도 ‘사도 베드로’ 찾아가는 공연이 성대한 막을 올렸다.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상임이사 김정렬 신부)가 대구대교구 산하 카리타스 달서구 보금자리, 일심재활원, 학산보호작업장, 천사들의 집. 대구요양원, 요한의 집 등 6개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과 노인들을 이날 뜻깊은 자리에 초대했다.
이들 130여 명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를 배경으로 셀카 사진을 찍는 등 모처럼의 문화공연 나들이에 즐거운 모습이었다. 공연이 펼쳐지고 로마 병사들에게 베드로가 박해받는 모습에 숨을 죽이기도 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베드로를 만나는 장면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감정 표현이 쉽지 않은 이들이었지만 뮤지컬을 보며 감동받는 모습은 여느 신자들과 다름 없었다.
베드로가 순교를 앞둔 모습에 이들도 함께 “아멘!”을 외치며 주님에 대한 사랑을 가감없이 순수하게 표현했다. 공연이 끝난 뒤 이들은 배우들의 손을 잡고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공연을 본 시설 생활인 A(소화데레사·35)씨는 “몸은 불편하지만 항상 하느님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며 “성경을 통해 접했던 베드로 성인과 예수님 모습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고 말했다. 생활인 B(임마누엘라·36)씨 역시 “막달라 마리아 성녀가 예수님 발을 씻겨드리는 장면에서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며 “주님의 사랑으로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8월 16일 대구대교구청 교육원 대강당에서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가 개최한 창작뮤지컬 ‘사도 베드로’ 찾아가는 공연이 열리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대구대교구 산하 복지시설 생활인 130여 명이 초대돼 공연의 감동을 맛봤다. 사진 신동헌 기자
■ 대구 제3대리구 3지역
지역 신자 함께 모여 관람
“성인의 삶 묵상하는 계기”
8월 21일 오후 7시30분 대구 다사성당에서 열린 ‘사도 베드로’ 찾아가는 공연은 다사본당 신자들을 비롯해 서재·성주·선남·초전본당 등 3대리구 3지역 신자 400여 명이 성전을 가득 메워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다사본당 주임 배상희 신부는 “사도 베드로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나선 첫 번째 제자였지만,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할 만큼 연약한 모습도 보이셨던 분”이라며 “오늘 사도 베드로 공연을 통해 성인의 삶을 묵상하며, 우리 모두는 성인을 따라 이웃에 사랑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신자들은 유쾌한 웃음과 눈물 나는 감동이 함께 전해진 공연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최보윤(마리아·대구 서재본당)씨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베드로 성인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시자, ‘예, 제가 주님을 사랑합니다’라며 응답한 성인의 진심어린 모습이 감동으로 전해졌다”면서 “이번 공연은 오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8월 21일 대구 다사성당에서 열린 창작뮤지컬 ‘사도 베드로’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지역 본당 어린이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