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기 위해 먹지만 그러나 아무리 먹어도 인간은 죽습니다. 어쩌면 먹는 것 만큼 우리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썩어 없어질 빵은 우리도 역시 썩어 없어질 존재로 변화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감히 소망이 있고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생명의 빵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옛날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했던 일도 따지고 보면「생명의 빵」의 문제였으며 부자들이 다투어 먹는 보약도 역시 생명의 빵과 깊은 연관이 됩니다. 그러나 흙에서 온 빵은 결국 인간을 흙으로 인도할 뿐입니다. 아무리 비싼 것을 먹고 아무리 귀한 음식을 먹는다 해도 그것은 잠시요 인간은 결국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대인은 대단히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광야에서 40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할 때 하늘에서 내려온 빵인 만나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이 만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있으나 그것이 비록 어떤 벌레의 배설물이라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하느님께서 직접 내려주셨다는 것입니다.
오늘 그래서 유대인들이 예수님에게『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습니다』하고 자랑하며 대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당신은 과연 무엇을 줄 수 있느냐면서 빈정거렸는데 이에 예수께서 대답하시기를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생명의 빵은 만나가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라고 천명하셨습니다.『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 마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드디어 유사 이래로 인류가 찾았던 생명의 빵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실로 하느님이 세상에 주신 최고의 선물이었으며 인간은 이제 그 음식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고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음식이 예수님이요 예수님의 몸이 생명의 빵입니다.
사람이 어째서 빵이요,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먹느냐 하는 문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논란의 시비가 되고 있지만 그러나 그 생명의 빵이 그리스도의 성체라는 것을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성체야말로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생명의 빵이요 예수님 자신입니다. 인간은 이 빵을 통해서 생명을 얻고 또 이 빵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만납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스스로 빵이 되어 우리를 찾아주시는 그 은혜에 깊이 감사드려야 합니다. 그 감사의 첫째 방법이 우리도 그리스도를 위해서 밥이 되고 빵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먹히려 오셨듯이 우리도 이웃에게 먹힐 수 있을 때 우리는 성체의 삶을 실천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공직자 재산 공개를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얼마나 많이 먹어왔었나 하는 것을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체험했습니다. 나라의 공복으로서 청렴결백하게 살았어야 하는데 그 반대로 직권을 이용하여 대다수가 자기 이익만을 챙겼습니다. 어떤 자는 집을 수십 채나 숨기고 있으면서도 퇴직 후의 전세방을 걱정하는 능청을 떨었다니 그 인격과 직위가 참으로 아까웠습니다.
세상은 지금 무엇을 먹고 또 얼마나 많이 먹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배만 채우려는 이기주의가 세상을 병들게 하고 망치고 있습니다. 불량식품 남발이나 공장 폐수 유출사건 등도 남이야 어떻든 자기만 배부르게 잘 살겠다는 이기주의야 말로 바로 그리스도의 적입니다. 이처럼 물질 이기주의도 병이지만 그러나 정신 이기주의도 똑같은 악입니다.
어떤 형제가 있는데 보기에 참으로 열심합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봉사적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결점은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늘 자기만이 옳고 다른 사람은 옳지 않기 때문이며 또 자기 판단만이 최고요 다른 사람들은 다 틀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의 뜻이 있거나 말거나 자기 식대로만 살고 자기 식대로만 봉사하고 열심합니다. 이것은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우리는 크리스천으로서「빵」의 의미를 깨닫고 성체의 삶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가 아무리 봉사를 잘하고 그가 아무리 기도를 많이 한다 해도 그가 정말 성체의 삶을 살지 않는다면 그 신앙은 위선이요, 모순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당신의 몸을 빵으로 내주셨다면 우리도 그리스도를 위해서 자신을 내놓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모두 함께 밥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실제로 남을 잡아먹는 사람은 불행합니다. 혼자만 불행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 불행합니다. 주님이 거기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이「잡아 먹히는」사람은 행복합니다. 혼자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 행복합니다. 주님이 바로 거기 계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생명의 빵이 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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