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가 12월 10일로 출범한지 10주년을 맞았다. 82년 12월 「북한선교부」로 출발, 대북접촉 선교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북한선교위원회의 10년은 남북관계만큼이나 기대와 아쉬움이 엇갈린 시간이었다.
『여러가지로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만 실질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아 그동안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신 은인들께 죄송스런 마음이 앞선다』는 이동호 아빠스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북한선교의 경우 10주년 혹은 25주년은 오히려 불필요한 것 아니냐』며 반문한다. 연륜이 쌓인다고 해서 크게 기뻐할 일도 못된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당시 마치 사막에 들어선 느낌이었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느리긴 하지만 북한선교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계속 깊어져 왔다고 봅니다』.
그는 북한선교라는 것이 눈에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일이 아니므로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신앙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북한선교 활동의 당위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신앙의 눈으로 바라볼때 가능하다 본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신자들은 북한선교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몰랐을뿐 아니라 무관심했다고도 볼수 있습니다. 교회안에서 「북한선교」라고 하면 그저 이북출신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기도하고 후원금을 내는 정도로 이해했으니까요』
이처럼 단순한 생각은 잘못되었을뿐만 아니라 북한선교활동의 존질을 이해하는데 큰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비근한 예로, 북한선교 활동의 중심을 기도운동에 두고 있는데 이를 두고 『남북관계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
으니 그대신 기도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냐』고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러나 이동호 아빠스는 남북관계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수 없어서가 아니라 기도가 모든 복음화 노력의 요체이기 때문에 기도운동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근자에 와서 동서독의 통합에 따른 후유증도 남북관계 전망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어떤 이는 통일은 해서 뭐하느냐, 이대로 사는게 더 편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진정한 신자라면 자신의 안위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북한동포들의 고통,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서 신앙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삶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사회에서 만연한 극한 이기심이 중산층화 되어가는 교회안에, 그리스도교의 정신에 스며드는 것 같아 우려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픈 생각까지 든다고 그는 말한다. 이런 점에서 『아무리 북한선교라고 해봐야 우리 자신부터 이런 이기심을 극복하고 변화되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소망하는 결과는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 3월 주교회의 춘계총회에서 기존의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이 「민족의 화해,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변경된 것은 북한선교를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인식이 그만큼 새로워진 것이라고 평가한 이동호 아빠스는 『북한선교의 뜻을 넓혀 민족적 화해와 일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면, 더 크고 어려운 목표의 달성을 위해 배전의 기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과의 직접적인 종교 교류나 접촉은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북한선교 방향은 사목자의 파견 가능성 모색이라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실제로 평신도들이 경제협력이라는 투자와 진출을 통해 사목자의 파견을 준비하고 그 길을 열어놓는 보다 실질적인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소상히 밝힐 수는 없지만 중국 연변교회에 대한 지원과 교류를 통해 그 가능성을 어느정도 확신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오래전부터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준 「가톨릭신문」에 늘 고맙게 생각한다』는 이동호 아빠스는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을 이해시키고 한국교회 전체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홍보매체의 이해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히고, 아울러 「우리 본당」「우리 단체」라고 하는 집단적 이기심에서 한국교회가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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