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불우이웃을 돕자는 구호가 나돌고 많은 단체들이「자선」이란 이름으로 모금운동을 벌입니다. 정부에서도 불우이웃돕기 상조은행을 군청, 동사무소마다 개설하여 성금을 기탁받고 있으며 곧 구세군의 자선남비도 출현할 것입니다. 한국주교회의는 1984년이 이 나라의 가난한 자, 병든자, 소외된 자들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며 그리스도의 평화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대림 3주일을 자선주일로 정했습니다.
자선이란『궁핍한 사람에게 그리스도교적인 사랑에 입각해서 베푸는 물질적 경제적인 도움』을 말합니다. 자선은 이웃에 대한 우리의 사랑표현 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첫째가는 계명은 하느님 사랑이요,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계명은 사람 사랑이다』(마태22,3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한 복음15,12에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은 나의 계명이다』라고 강조하십니다. 따라서 자선은 우리의 인정상 베푸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계명으로 내려 주신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마태오10,42에서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보잘것 없는 사람중 하나에게 냉수 한그릇이라도 주는 사람은 반드시 그상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마태오6,1~4에서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 두어라. 숨은 것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집회서 17,22에 보면『주님은 인간의 자선행위를 옥새처럼 귀하게 여기시고 선행을 당신의 눈동자처럼 아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애덕의 구체적인 실천행위인 자선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인간세상에 오시어 하신 일 모두가 애덕행위, 자선행위였습니다. 병자를 고쳐 주고,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마귀들린 이를 구해 주고, 소경의 눈을 뜨게 해주고, 문둥병을 고쳐 주고, 죽은 이를 살리고…
우리 교회에서 말하는 구체적인 자선행위는 무엇이겠습니까? 자선에는 물질적 정신적 자비의 실천 7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물질적 자비 7가지는 ①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일 ②목마른 이에게 마실 것을 주는 일 ③헐벗은 이에게 입을 것을 주는 일 ④집없는 이에게 잠자리를 주는 일 ⑤병든 이들을 방문하는 일 ⑥감옥에 갇힌 이들을 찾아 보는 일 ⑦죽은 이들을 묻어 주는 일 등입니다. 정신적 자비 7가지는 ①의심하는 이들에게 믿음을 주는 일 ②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일 ③죄짓는 이들을 충고하는 일 ④괴로와 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일 ⑤마음 아프게 하는 이들을 용서하는 일 ⑥귀찮게 구는 이들을 인내로이 참아 주는 일 ⑦산 이와 죽은이를 위해 기도하는 일 등입니다.
요즈음은 분배정의의 실현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입니다. 사회적으로 볼 때 전체적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빈부의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거기다가 「모든 재물은 내게로」라는 표어 아래 모두가 열심히 뛰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한가지 잊고있는 것이 바로「나눔」입니다. 나누면 나눌 수록 풍요로워지고 챙기면 챙길수록 빼앗긴다는 지극히 평범한 원리를 잊고 사는 슬픈 현실입니다.
우리는 과연 이제까지 얼마나 자주 자선행위를 해왔는지 반성해 봅시다.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방문하여 성금을 기탁하는 것, 수재의연금도 자선행위입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가 자선행위의 좋은 예입니다.
자선에 대한 예화 하나를 말씀드릴까요 합니다. 에집트에 한 인색한 부인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한 수사님이 부인에게 와서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나는 아주 보석을 싸게 살 수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원하신다면 5백냥을 내게 주십시오』. 부인은 대단히 기뻐하며 돈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보석을 가져오지 않으므로 그 이유를 물은 즉 수사님은 『그럼 당신의 보석을 보여드리지요. 만일 보시고 맘에 들지 않으시면 돈을 다시 들려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부인을 어떤 병원으로 안내했습니다. 『자, 이것이 나의 다이아몬드입니다』하고 수사가 가리킨 것은 더러운 문둥병 환자였습니다. 『자, 이것도 나의 가장 귀중한 보석입니다』라고 가리킨 것은 늙은 장님이었습니다. 『부인, 돈 5백냥을 다시 돌려 드릴까요?』수사님의 물음에 부인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 여자는 비로소 참다운 보석에 눈이 떠졌습니다. 자기의 작은 돈이 이렇게 귀한 사업에 사용된 것을 알자 대단히 기뻐하며 『나는 세상에서 제일 값진 보석들을 아주 싸게 샀다』고 말하면서 집으로 돌아 갔다고 합니다. 남에게 자선을 베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소위「주는 마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는데 ①부싯돌은 잘 후려쳐야 주는데, 그것도 겨우 불똥 몇방울뿐입니다. ②스폰지는 쥐어 짜야만 주는데 바짝 마를때까지 짜면 됩니다. ③벌집은 거저 주는데 계속 거저 공급한답니다. 여러분은 어느부류에 속하십니까?
지난 일년 동안 알게 모르게 이웃을 위해 자선을 베풀어 주신 우리 교우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떤 분들은 무의탁 노인들의 집수리 도배 빨래 김장해 주는 등 수고하셨으며, 어떤 특정단체는 애기 보기,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다달이 성당나올 버스표를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내주시는 헌금은 이웃사랑을 위해 고스란히 쓰여질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또 이런 기회에 꽃동네와 릴리회 나환자 사업가 협회 등의 후원회 가입을 부탁 드립니다. 우리는 오늘만이라도 자선사업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는 분들을 위해서 기도 드립시다. 우리도 더욱 사랑을 나누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나의 것을 쪼개어 베푸는 신자가 되기로 다시한번 다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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