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는 자유민족 국가가 누리는 특권, 아니 정당한 권리에 속한다. 이는 과거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 확실하게 구분되어 온 요점이기도 하다.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며 말살시켜온 공산주의 국가들에서조차 종교는 이미 기지개를 펴고 있다.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던 시절은 과거 속에 묻혀가고 있다. 종교는 아마도 인간의 영원한 동반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70여 년간이나 종교를 땅속에 묻어온 몽골이 교황청과 대사급 관계를 맺고 가톨릭교회의 선교사를 받아들인 것이 바로 그 해답이 되기도 한다.
최근 육군 제17사단 직할 전차대대에서 발생한 바 있는「해괴한 사건」을 접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종교의 자유는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 있었다고 보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자유는 오랜 박해와 피흘림의 역사위에 세워진 것이긴 해도 말이다. 어쨌든 지나친 자유가 사이비종교의 온상을 만들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올 만큼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주어진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이번 사건은 종교 자유가 주어지다 못해 사이비종교가 판을 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막힌 것은 뚫고, 어두운 곳에 불을 밝히며, 썩은 상처는 도려낸다는 김영삼 정부 출범 초기가 아닌가.
현재 밝혀진 사건의 내용은 이러하다. 17사단 대대지휘관 조모 중령은 지난해 12월『사단 군종신부와 불교법사의 승인없이 천주교 측의 법당을 폐쇄, 창고로 사용하도록 강제조치했다. 뿐만 아니라 그 중령은 성모상을 비롯 각종 성물들과 불상을 무단 훼손, 창고에 방치했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순복음교회 신자로 알려진 그 중령은 지난해 알려진『열심한 천주교, 불교신자 사병 16명을 임의로 골라 새 창설 부대로 전출시키는 등 형평을 잃은 인사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이 사건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그 첫째가 군부대를 지휘하는 지도자의 자질 문제다. 그는 우리나라가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법치국가임을 모르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둘째, 그는 군대가 장병들의 정신무장과 마음 다스림을 위해 종교를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물론 그 종교는 지휘자가 강요하는 종교가 아닌, 스스로 선택한 종교여야 한다는 사실까지도.
다음은 5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이 사건이 해결이 되지 않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다. 그동안 주일예배를 제외한 모든 종교행사가 중단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이번 사건은 국방부 민원실에 제보가 접수되고 그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밝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불교 신문에 다루어지면서 확산되어온 이번 사건의 파문은 불교계에서 거세게 일어났으며 가톨릭교회 측은 관망하면서 조용한 해결을 추구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군 당국은 일선 지위자의 자질문제에 보다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다시는 보장된 종교활동이 지휘자의 종교 취향에 따라 제약을 받고 부당한 인사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좁게 보면 확실한「종교박해」다. 개인의 종교활동을 빼앗고 기도장소를 폐쇄했으며 나아가 타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전출을 감행했으니 종교박해로 불러 마땅하다는게 중론이다.
그러나 보다 넓게는 김영삼 대통령의 개혁 의지에 하나의 티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혹자는 대다수 국민들의 눈에 어색하게 비추어진「청와대 예배」라는 행사가 어리석은 일선 지휘자에게 잘못 해석될 수 있음도 김 대통령은 알아야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사건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조모 중령이 4월3일 보직이 해임되고 타 부대로 전출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아울러 빼앗겼던 공소도 되찾아 현재 본래의 모습으로 수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불교 측에서도 법당을 되돌려 받았을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함께 기뻐하면서도 다시는 이 같은 어리석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만 할 것이다. 제2의 조 중령이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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