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례력에 있어 가장 큰 대축일인 부활대축일에 대한 환희와 기쁨은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진 유구한 교회의 유산이다. 많은 지방교회에서는 죽으셨다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뻐하기 위해 성대한 예식을 거행했고 고유한 풍속으로 부활축제를 즐겨왔다. 이에 본보는 각 지역마다 그 모습과 형태를 달리하는 부활풍속을 소개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우리 구원의 기쁨을 재삼 나누고자 한다.
부활절 풍속은 지역에 따라 그 고유성과 함께 여러가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례력에 있어 가장 절정인 부활절의 기쁨을 나타내는 부활풍속은「다시 살아나심」을 주제로 각 민족의 관습과 유흥 속에 다양하게 자리잡았다.
부활을 테마로 고대 근동지방의 봄축제 의식과 연관되어 전래된 부활절 풍속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묘사한 교회전례와 민중 속에 남아있는 세속의식이 상호 융화돼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부활절 풍속 중 하나인 부활달걀은 사순절동안 공적으로 먹을 수 없도록 금지돼 있던 것으로 새로운 생명과 부활을 상징하는 최상의 표징으로 전해 내려왔다.
달걀은 죽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생명이 깃들어 있어 언젠가는 여기서 병아리가 태어나는 것이므로 고대 때부터 생명과 풍요의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부활이 예수께 죽음의 무덤에서 새 생명을 주신 날이라면 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달걀이라고 초대교회 때부터 여겨온 것이다.
따라서 부활대축일에 부활달걀을 사고팔며 함께 나누는 풍속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보편화된 풍속이 되었다.
부활대축일에 희랍에서는 한 그룹에 속하는 각 개인들이 오색칠한 부활달걀을 들고 차례로 다른 사람들의 달걀을 부딪치면서『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셨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그는 참으로 부활하셨네』라고 응답하며 예수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영국 북부 란가시지역에서는 부활 전야에 성인 남자들과 소년들이 부활절 연극에 앞서 온 마을을 돌며 부활달걀을 구걸하러 다닌다.
부활절 새벽 태양이 춤을 추었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영국 북부인들은 부활대축일 해돋이에 이 같은 사건을 보려고 언덕에 올라가 색칠한 말을 굴리는 풍속이 있다.
고대 근동의 봄축제 의식과 상징들이 많이 전래된 부활절 풍속들은 16세기 종교개혁의 탄압과 청교도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춘분과 관련된 옛 민간전통이 이어져 내려왔다.
영국 북부지방에서는 부활절 월요일과 화요일에 부인들이 길을 가다 남자를 만나게 되면 그를 둘러싸고 세 번 그들의 머리위로 그 남자를 추켜든다. 그런 다음 부인들은 남자에게 물을 뿌리고 각자 입을 맞추고 남자는 부인들에게 돈을 헌납한다. 다음날 남자들은 같은 방법으로 부인들을 그렇게 한다.
이 풍속은 원래 옛 로마에서 3월 축제 가운데「샬리이」(Salii)의 약동처럼 농산물의 성장을 기원하는 봄의식이 부활의식과 융화돼 풍속으로 전해져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부활절에 백악관 잔디위에서 부활달걀을 굴리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있다. 또한 미국의 가정에서는 색칠한 부활달걀은 집안팎에 숨겨놓고 아이들로 하여금 믿음으로 그 알을 찾도록 가르치고 있다.
유럽에서는 부활의 또 다른 상징으로 산토끼를 사용한다.
옛 이집트에서 다산과 풍요함의 상징으로 여겨왔던 산토끼를 부활을 통한 새로운 하느님의 생명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토끼의 깨끗한 털을 우리 영혼의 깨끗한 모습으로 표현한 유럽인들은 부활토끼를 만드는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을 기원하는 습관이 생겨났다.
북아메리카에서는 산토끼가 없어 들토끼가 부활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까지 특히 시민전쟁 동안은 청교도 요소가 침투되지 않은 루이지애나와 버지니아주를 제외하고는 부활절 풍습이 사라졌다.
아일랜드에서는 죽은 사람들을 위해 부활백합으로 교회를 장식하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백합은 그 모양이나 형태가 뛰어나고 아름다우며 순백의 색으로 깨끗함과 우아함을 드러내 부활의 기쁨을 한층 더 돋구고 있다.
사백주일 영국 북부지방에서는 흑축제일에 부인들이 남자들을 끈으로 묶어놓고 헌금을 요구하고 다음날 남자들이 이와 똑같이 하는 전통이 있다.
영국 남부지방 바크샤주 헝거포드 지방에서는 사백주일에 리본과 꽃으로 꾸민 뚜띠라는 막대기를 들고 마을을 행렬하면서 남자들로부터 헌금을 받고 부인들로부터는 입맞춤을 받는 부활절 관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풍습은 이 마을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의 잔치나 입회식을 위해 모이기 전에 있었던 관습으로 구원방법의 한 유풍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지방에 따라 부활의 성대성을 드러내기 위해 각가지 상징들과 행사를 실시하고 부활과자와 부활햄을 먹는 풍속도 있으나 부활은 그 자체가 신앙의 핵심이며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의 근본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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