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아! 너 또 편지쓰러 나가니? 넌 참 행복하구나. 참 녀석두』
감방 동지 중 연세 드신 어느 사장님은 부러운 듯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한테 편지쓰려고 집필장소로 나가는 상인이를 보고 말씀하시곤 했다.
중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교도소에 들어와서 합격한 그는 독서를 많이해서 날로 사색의 깊이도 더해갔다.
그리고 사랑을 못 받고 자란 그는 사형수들을 담당한 봉사자들과 수녀인 나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받아 차차 사랑의 눈이 떠지면서 모든 것을 보는 눈과 생각이 달라져 갔다.
『수녀님께! 오늘은 바람도 불고 비도 오는 그러한 날씨입니다. 왜 그런지 비가 오니 차분하게 마음을 집중시킬 수 있어 좋습니다. 부족하고 죄인이었던 상인이란 이름을 가진 자를 외면하고 냉대하지 않으셨던 분이 바로 주님이셨습니다. 오로지 부족한 힘을 최대한 늘려 가까이 하겠다는 집념을 굳건히 다짐하면서 수녀님께 노크해 봅니다.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분이 바로 수녀님이세요. 언제나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수녀님에게서 주님이 존재하심을 실감하곤 하지요. 성모병원에 입원한 환자분들이 속히 완쾌하심을 빌어봅니다.
수녀님! 그레고리오는 이곳에서의 생활, 영육간이 평안한 가운데 하루하루를 맞곤 하지요. 나름대로 욕심이랄까요.
-지금은 희미하게 보이나 그때는 주를 맞대고 보지 못했어요. 아시죠?
지난번에 세 명이 함께 불렀던 성가를 흉내 내 봅니다. 사실이 그래요. 모든 것이 전적으로 하느님 아버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기도 속에「저 같은 어리석은 인간이니 죄악을 가까이에서 멀리 사라지게 해 주십시오」하고 간구하곤 하지요. 수녀님 아까보다 빗줄기가 굵어졌어요. 이 비가 그치면 더더욱 대자연과 모든 생물들이 생기를 얻고 쑥쑥 자라나며 아름다워지겠지요.
만사를 선으로 유도하시고 악에서도 선을 꺼내시는 거룩하신 아버지! 모든 것을 무상으로 거저 주시는 좋으신 아버지께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크나큰 바닷물 속에 아주 작은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 저의 불완전한 존재가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저 그레고리오 앞으로 노력할께요. 뜨겁게 통회하며 기도합니다.
어제는 금수만도 못한 흉악한 죄인이었지만 그러나 내일은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에 의해 아주 새로운 사람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믿을 때 저는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을 향해 마음 다해 찬미드립니다. 주님 앞에서 밝은 내일을 약속드리면서 안녕을 드립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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