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거행되는 성사들은 각 성사가 지닌 은혜들을 성사거행 자체로 내려주고 있지만 그 성사의 은혜를 합당하게 받기 위해서는 인간측에서의 열성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성사의 인효성(Opus operantis)이라 한다. 그리스도의 구속행위에 대한 인간 측에서의 응답이 필요한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은 성사 안에서 그리스도의 행위로 인해 전달되지만 인간은 성사안에서 인간을 만나러 오시는 하느님과의 상봉(Encounter)에 인격적인 파트너로서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태도로 대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간은 성사행위 안에서 하느님과 물리적인 관계로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위격적인 관계(Relation Personalis)로 만나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느님과 위격적인 관계에서 만난다면 은총을 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성의있는 응답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인격적인 만남」은 칼 라너(K. Rahner)나 스킬러 베엑스(E. Schillebeeck)와 같은 현대 신학자들에 의해 새로이 부각되어 성사에 대한 성격이 제2차 바티깐공의회의 전례헌장에 반영되고 있다. 『성사는 인간의 성화와 그리스도 몸의 건설, 또한 하느님께 대한 흠숭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표징으로서는 교육적 역할도 한다. 성사들은 신앙을 전제로 할 뿐만 아니라, 말과 사물로 신앙을 기르고, 굳세게 하고 또한 드러낸다. 그래서 신앙의 성사들이라고 불린다. 성사들은 은총을 베풀지만 그 집전은 신자들로 하여금 이 은총을 보람있게 받고, 하느님을 합당히 공격하고 사랑을 실천하게 하는 풍부한 능력을 준다. 그러므로 신자들이 성사들의 표징을 쉽게 이해하고 또한 그리스도적 생명을 보양하기 위해 제정된 이 성사들을 지극한 열성으로 자주 받는 것이 중요하다』(전례헌장,59항).
여기서 신자들이 「지극한 열성으로」 성사를 받는다는 것이 성사의 인효적 효과(Effectum ex opere operantis)를 이루는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이다. 가령 세례성사를 받을때 사효적으로는 원죄와 본죄의 사합이라는 은총을 받지만, 세례받는 사람이 그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사에 참여할때 무관심적으로 받는 사람보다 더 큰 기쁨과 은총을 받는다는 것이다. 교회의 여러 성사들은 이처럼 사효적인 은총이 전달되면서 인간측의 열성과 마음가짐에 따라 더 깊은 은총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각 성사들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견진성사의 효과는 신앙의 성숙과 증인이 되는 성사이며, 고백성사는 죄의 사함과 용서의 효과로서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 안에서 화해하는 은총을 받는다. 성체성사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아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모심으로써 하느님과 일치하는 효과를 갖는다.
그리고 신품성사에서는 서품예식을 통해 교회 공동체의 합법적인 봉사자로서 일하게 되는 능력과 권위를 받게 된다. 병자성사에서는 성유도유예식을 통해 그리스도의 위안과 평화를 받는다. 그리고 혼인 성사에서는 하느님의 축복속에 남녀의 결합을 통해 한 가정을 이루며 부부생활의 행복과 자녀의 선물을 받게 된다.
이러한 성사들은 성사거행 그 자체로 그러한 은총의 효과를 지니고 있지만 그 성사를 받는이들의 마음가짐과 준비, 참여하는 열성에 따라 그 성사가 지향하는 은총의 길을 더 깊게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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