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리폰과의 대화
유스띠노의 2편의 호교론이 이교인들을 대상으로 쓴 호교론적 저서라한다면, 「트리폰과의 대화」는 교회 역사상 최초로 유대인들을 향해 쓴 호교론적 저서이다. 이 저서는,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132년과 135년 사이에 에페소에서 실제로 있었던 유대교 랍비 트리폰과의 대화를 토대로 155년에 편집된 글이다. 142장으로 되어 있는 방대한 이 저서를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도입부분(2~8)에서 유스띠노는 자신이 받은 교육과 그리스도교로 입문하게 된 경위를 고백하고 있다. 제1부(9~47씨장)에서는 구약성서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관점을 성형하는데, 구약의 율법은 한시적인 권위를 가질 뿐이지만 신약의 가르침은 전인류를 위한 새롭고 영원한 밥이라고 강조한다. 제2부(48~108장)에서는, 그리스도교가 그리스도를 하느님으로 흠숭하는 이유와 정당성을 설명한다. 제3부(109~142장)에서는, 그리스도를 믿고 그 분의 계명을 따르는 민족들이 새로운 이스라엘, 하느님의 참다운 선민이 된다고 설파한다. 이 저서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신약이야 말로 구약의 완성이며 따라서 구약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구약만을 믿는 유대인들에게 그리스도교로 개종할 것을 권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 신학사상
1) 「로고스」(말씀)이신 그리스도: 유스띠노는 하느님의 초월성을 강조하면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인 「로고스」에 관한 신학을 전개한다. 로고스는 요한복음1장에 나오는 하느님의 「말씀」이신 성자 그리스도이다. 이 로고스는 하느님이 만물을 창조하실 때에 함께 역사하셨으며 구약의 성조들과 예언자들에게 나타나셔서 계시하셨고, 인간으로 강생하셔서 만민을 구원하셨으며, 세상 마지막 날에 심판하러 오실 분이다. 따라서 로고스는 창조, 구원, 종말에 이르기까지 전 구세사에 역사하신다. 유스띠노는 이 로고스 그리스도론의 근거로 요한 묵시록 1, 8에 나오는, 『그 분은 지금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분』이라는 말씀을 제시한다. 희랍의 옛 철학자들은 그들 보다 훨씬 앞서 살았던 모세의 율법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모세는 바로 로고스로부터 계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유스띠노는 「계시하시는 로고스」와 「계시를 받는 인간」과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로고스를 계시의 「씨앗을 주는 로고스」(「Logos spermatichos)라 하고, 인간이 받은 계시를 「로고스의 씨앗」(spermata tou Logu)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계시 자체이신 로고스께서 친히 강생하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그분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신약의 그리스도교는 완전한 진리의 계시를 받은 것이다. 따라서 계시의 강도에 있어서 그리스도교는, 부분적으로 받은 구약의 유대교, 그리고 그 유대교로부터 영향을 받은 희랍의 철학자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완전한 계시와 진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우월성을 강변하는 이 「로고스 그리스도론」은 후기 교부들의 그리스도론 신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2) 마리아론: 『주께서 동정녀를 통해 사람이 되셨는데, 뱀에서 연유된 불순종으로부터 시작된 길과 같은 길로 오셨다. 하와가 타락하기 전에는 처녀였지만 뱀의 말을 잉태함으로써 불순종과 죽음을 낳았다. 그러나 동정녀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이 기쁜소식을 전하였을때 믿음과 기쁨을 잉태하셨다. 즉 「주님의 영이 당신 위에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능력이 당신을 감싸주실 것이다」라는 기쁜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마리아는 「당신의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대답하심으로써 성서가 말하는 분께서 마리아로부터 태어나셨으며, 하느님은 그분을 통해 그 뱀을 파멸시키셨다』(트리폰과의 대화 100). 사도 바오로는 로마 5, 13~21장에서, 아담의 불순종으로 인한 범죄와 인간에게 내려진 죽음을 제2의 아담인 그리스도께서 하느님께 순종하심으로써 인류를 구원하시고 새로운 생명을 주셨다는 신학을 발전시켰듯이, 유스띠노는 하와와 마리아를 같은 구도안에 도입시켜 구세사 안에서의 마리아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 역사안에 나타난 최초의 마리아론이라 할수 있으며, 후에 성 이레네오는 같은 맥락에서 이 마리아론을 더욱 발전시켰다.
3) 성체성사: 성체성사에 관한 언급이 「제1호교론」65~67장에 두번 나온다. 하나는 세례성사를 받은 신 영세자들을 위한 성찬전례인데 (65~66장), 순서는 이러하다. 신도들은 새로운 형제가 된 신(新)영세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눈 다음 본격적으로 성찬전례에 들어간다. 부제가 빵과 포도주를 준비한 다음, 사제는 이 제물 위에 성삼위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장엄한 기도를 바치면 회중이 『아멘, 아멘』하고 응답하며 이어서 영성체를 하게 된다. 성찬전례에는 세례를 받은 신자만 참여할 수 있으며, 축성된 빵과 포도주는 주님의 몸과 피가 된다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이어서 제67장에는 매 주일에 바치는 성찬전례가 묘사되어 있는데 순서는 이러하다. 도시에 사는 신자나 시골에 사는 신자나 모두 함께 모여 먼저 독서를 들은 다음 사제의 강론을 듣고, 모두 일어나 기도(오늘의 신자들의 기도에 상응함)를 바친다.
그 다음 빵과 포도주와 물의 제물을 준비한 다음의 순서는 신영세자들을 위한 성찬전례와 같다.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主日)에는 성찬전례에 참례하는 것과 함께 전례의 정신에 따라 사랑을 실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부유한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봉헌하고 가난한 이웃 특히 고아 과부 병자 감옥에 갇힌 형제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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