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적으로 성공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앞으로 좀더 조직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 수반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92년 한해를 마감하는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대한 평가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있어서 금년 한해는 파종에서부터 수확-수매-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처음으로 시도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91년 11월 전국에서 1천 7백여명의 발기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대회를 갖고 정식 출법한 우리밀 살리기운동은 1년여동안 회원 10만명 목표에 내부목표를 7만명으로 설정, 현재 회원가입자는 3만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기금조성에 관해서는 출자약정액이 10억 8천만원, 납입액이 5억 4천여만원(11월 17일 현재)으로 나타나 이것만 본다면 계획에 비해 다소 뒤지는 감이 있다. 그러나 언론의 지속적인 협조가 있는 상태이고 지부를 중심으로 한 조직확대사업이 병행된다면 회원확대, 기금조성문제는 조만간에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올 한해 생산과 수매가 계획대로 추진되었고 92년 확대재배계획도 전년도에 비해 70%를 초과하는 등 회원 기금면에선 목표치에 미달하지만 이 운동에 대한 인식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우리밀 살리기운동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은 일단 마련한 것으로 이들은 판단하고 있다.
작년 10월 이땅에서 우리밀이 사라진지 8년만에 처음으로 밀파종이 실시된 곳은 전국 65개 마을 25만평. 그러나 금년 우리밀 파종지는 작년에 비해 무려 8배에 달하는 1백 70만평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계획된 재배면적은 1백만평 정도였으나 재배신청은 2백 50만평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국내에서 처음 전개될 때만해도 『과연 될까』하는 의구심이 앞섰던게 사실. 정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 운동이라는 점에서 더구나 어느 한 분야만이 아니라 생산-가공-유통과정 전반을 일괄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어려움은 충분히 예견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사업 추진 결과 이런 의구심내지 비관적 전망에서는 탈피했다는 것이 운동본부측의 설명이다.
밀은 원래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재배한 작물로서 밀재배 역사는 1만 5천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천년전 중국을 거쳐 국내에 들어온 밀은 이때부터 우리 기후와 풍토에 맞게 개량되어 재배되어온 작물.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식품소비구조의 변화는 밀을 제2의 식량으로 만들었다 (89년 경우 국민 1인당 1년간 쌀122kg 밀34kg 콩8.3kg 보리2kg등). 반면에 정부는 84년부터 밀수매를 전면 중단하고 전량(85~89년 평균 3백 34만톤)을 외국에서 수입하기로 하자 국내서는 밀종자마저 사라질 형편에 이르렀다.
게다가 수입밀은 수확후 장시간 부패방지를 위해 농약을 과다 살포,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폐해를 끼칠뿐 아니라 농업이모작 체계가 무너져 생태계 균형등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켰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89년 가톨릭농민회는 한살림과 공동으로 우리밀 살리기를 추진, 경남 고성군 마암면 두호마을 24 농가에서 1만 5백평에 밀을 심어 2백 27가마를 수확했다.
생산한 밀을 종자용만 빼고 통밀가루 백밀가루 국수 등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공급해본 결과 좋은 반응을 얻자 이들은 91년 5월 14일 사회 각계의 준비위원 36명으로 「우리밀 살리기 운동(가칭) 준비위원회」를 조직했다.
이후 7차에 걸친 준비위원회 전체회의와 발기인 확대 및 생산지확보활동을 편 끝에 91년 11월 27일 발기인 1천 7백명의 참여속에 창립대회를 가졌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 창립선언문은 이 운동이 지향하는 방향을 「생명운동」「공동체운동」「고향살리기운동」「환경보전운동」「국민생활실천 대안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92년에 넘어오면서 운동본부는 금년 2월 서울 경기 충청 전라 경북 경남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우리밀밭 밟기행사를 갖고 전국민적인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어 7~8월에는 작년 재배밀 6천 5백가마를 전량 수매했고, 8월 31일 사단법인 허가를 받음으로써 우량품종개발, 가공공장지원 등 정부의 협력을 얻는 토대를 마련했다.
9~11월에는 전국 15개 지역에서 1만 2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우리밀 한마당 잔치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시, 우리 농민이 직접 생산ㆍ가공한 우리밀을 먹어보며 이 운동의 성과와 기쁨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에는 우리밀의 생산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지기 위해 12월 8일 본부산하 조직으로 우리밀 「생산자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운동의 성패는 생산자관리에 달렸다』고 하는 인식이 계기가 된 생산자위원회는 앞으로 생산자관리 및 교육에 최대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수입개방과 먹거리오염이라는 위기상황속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대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한 운동본부측은 향후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몇가지 사항을 과제로 남겨놓고 있다.
첫째가 지부중심의 조직확대 관리다. 점조직형태의 지부를 전국에 확대함으로써 회원확보 및 기금조성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다음은 가농주도의 확실한 생산자조직 관리다. 생산자에 의해 이 운동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할때 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강력한 생산자조직을 건설하기 위한 교육과 관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언론사와의 효과적인 연대. 특히 회원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우리밀 살리기에 대한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도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리고 본부 관리능력의 정비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년 10월 완공되어 현재 가동중인 전남 구례의 제분공장외에 내년 수매전까지 함안 합천 아산등지에 가공공장을 설립, 본격적인 현지 가공저장 체제를 갖출 계획이며 우량종자개발과 식품가공을 위한 연구소설립도 계속 추진해 간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볼때 92년 한해가 우리밀살리기운동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중요한 시기였다면 오는 93년도 이 운동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데 있어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주요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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