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의 성탄절 풍경을 생각해 봅니다. 웬만한 상점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 있고 거리엔 「징글벨」「루돌프 사슴코」등 크리스마스 노래소리가 계속 들려옵니다. 구세군의 자선 남비가 있고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거리를 쏘다닙니다. 금년 성탄은 대학입시가 성탄 2일 전에 치뤄지므로 성탄절엔 해방감으로 더욱 많은 청소년들의 탈선이 예상됩니다. 우리 교우들은 어떻게 성탄절을 준비할까요? 우선 판공성사를 권합니다. 그리고 면담을 통해 교우들의 사정을 알아보고 행불자를 찾아내며 냉담자에게 회개를 권유합니다. 신념도 교무금을 책정합니다. 대림절 특강이나 피정을 개최하기도 합니다. 성탄트리를 만들고 구역별 성가경연대회도 개최하며, 성탄축하 연극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 교우들의 성탄준비 풍경입니다.
오늘은 대림 제4주일입니다. 이제 대림환의 초 4개가 모두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성탄축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은 주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마리아와 그 태중의 아기를 받아들이라고 말하며 그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된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그리하여 요셉과 마리아에게서 예수님을 탄생시킬 준비를 하십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해야 합니다. 왜 준비하며 기다려야 합니까?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으면 안될 중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회에서 한달 전부터 준비하라고 명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건의 발단은 바로 원조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분들은 가장 완전한 상태에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의 특별한 배려로 죽음도, 고통도 없는 상태, 직천당행(直天堂行)할 은총지위 상태였었습니다. 그러나 범죄로 인해 모든 은혜를 잃어버렸습니다. 죽음이 오고 병고가 왔으며 수고해야 먹을 것을 얻게 되었고 가련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런 인간에게 은총상태로의 회복이 필요했습니다. 구약시대는 구원을 위한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준비의 시기였습니다. 대림절 기간은 바로 「구약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구원이 필요했을까요? 사회적으로 새로운 구원이 필요했습니다. 동태복수법을 예로 들수 있습니다. 이법은 피해자가 당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법입니다. 만약 내아들이 다른집 아들을 죽였으면 그의 아버지가 내아들을 죽여야 하는 무서운 법입니다. 이런 법에서 사랑의 법으로의 개혁도 필요했습니다. 종교의 경직성도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느님을 공경하는 마음 자세보다 외적인 형식에 치우친 잘못된 종교관도 고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인권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혁이 요구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세속적으로도 나라를 독립시킬 영웅적인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했었던 겁니다. 이런 여러가지 사정이 복합적으로 구세주의 오심을 기다리게 하였고 그분의 오심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구세주의 오심을 조용히 준비하신 분이계셨으니 그분은 뜻밖에도 하느님을 당신의 태내에 받아들인 나이어린 깜찍한 소녀였습니다. 이름은 마리아이며 나이는 17세였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동정녀가 잉태하여 한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는 예언의 주인공이 되신 분이었습니다. 17살이면 여고 2학년생인데 여고생이 아기를 갖겠다고 대담하게 허락한 것입니다. 이 어린 소녀의 결단으로 우리는 구세주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결단은 한 사람이 내렸지만 그 결과는 인류구원을 위한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성모님은 대림절의 주인공이 되시기도 합니다.
현재의 우리 사회도 구세주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불의가 사회전반에 걸쳐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밖에 불신, 권력자의 불법, 개인간의 존경심의 감소, 사회악의 대형화, 각 계층간의 갈등, 냉담자와 행불자의 증가 등 구약시대 말기와 비슷한 작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금년 대림절은 대통령 선거 바람에 대림절 정신대로 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대림절은 세례자 요한의 설교와 성모님의 역할을 본받아야 하는 때인데 이들 대신 대통령 후보자들이 분위기를 다 망쳐놓았습니다. 서로 헐뜯고 고자질하고 관권 금권 동원하여 공헌한 소리만 전국 방방곡곡에 메아리 치게 했습니다. 더구나 개표가 이제 막 끝났다 했더니 이번에는 새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이야기로 성탄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이번 대림절은 선거와 대학입시에 묻혀 교우들에게조차 대림절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마리아처럼 구세주 예수님을 내 안에서 계속 탄생시키는 제2의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마리아처럼 대림절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결심한다면 마리아에게 하셨던 것처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도 역사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임마누엘, 즉 하느님과 함께 하는 자녀를 계속적으로 잉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 될 때 『하늘은 위로부터 이슬을 내리고 구름은 비처럼 정의를 내리리라, 땅은 열리어 구원을 싹트게 하라』(이사야 45, 8)는 오늘 입당송의 말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기쁜 성탄을 맞이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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