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부분이 우리나라 경제문제를 가장 걱정한다.
계속 늘어가는 무역적자, 국내 중소기업들의 도산 등등 경제위험수위를 알리는 적신호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우리는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만을 탓할 뿐 각자가 자신의 올바른 경제생활을 통해 나라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노력이나 자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이관진, 지도=김인성 신부)가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생활실천운동의 일환으로 전개한 「우리 상품쓰기 운동」은 한해를 결산하기보다 93년에 더욱 활기차고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각자의 다짐이 필요한 운동이다.
지난해 우리가 국내에서 먹고 입고 쓰기 위해 외국에서 수입해 온 소비재는 무려 80여억 달러. 이에 반해 우리나라가 외국에 수출한 소비재는 약 56억달러였다. 우리가 만약 24억달러어치의 수입품을 사서 입고 쓰고 먹지만 않았더라도 국제수지적자를 그만큼 줄이고 우리가 그렇게 걱정하는 경제사정도 나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부지불식간 우리 삶에 심각하게 뿌리내린 수입품의 홍수는 『지금 내가 구입하는 상품이 외제냐 우리 것이냐』는 의식조차도 사라지게 함으로써 수입품소비는 날로 늘고 국내 경제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제9대 이관진 평협회장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우리 상품쓰기 운동의 가장 큰 효과가 바로 이렇게 무뎌진 우리 소비생활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TV에서부터 오디오 사진기 전기밥통 가구 비누곽 그릇 정수기 화장품을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속옷에서부터 메주 잔디씨 우산 심지어는 시멘트 벽돌 이쑤시개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수입품은 수와 품목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음을 일깨웠다.
또한 우리 상품쓰기 운동은 단순히 싸서, 모양과 디자인이 예뻐서 수입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병폐 현상인 과소비와 맞물려 외제를 선호하는 그릇됨 인식에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성격상 강제성을 띨 수도 없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만들어 이것은 된다, 안된다 말할 수 없는 우리 상품쓰기 운동은 바로 이러한 자각운동에서 비롯되며 활성화될 수 있다.
전국평협은 지난 11월 15일 평신도주일의 날 포스터와 성인용 어린이용 강론자료를 배포하며 신자들이 먼저 자각하고 우리 상품쓰기 운동에 앞장설 것을 강조했다.
우리 상품쓰기 운동은 먼저 도농교류를 통한 「우리농산물 먹기운동」으로 전개돼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전국평협 상임위원회와 서울 평협 회장단은 연수때 우리 농산물 먹기 운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 앞으로 도시와 농촌본당간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우리 농산물을 공급하기로 결의했다.
단순히 우리 농산물을 사서 먹는 차원에서 벗어나 어느 지역의 특산물을 그 지역교구의 평협회장이 추천하고 대도시 본당과의 협의를 거친 뒤 결연을 맺어 꼭 필요한 경비만 제외하고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방침을 세움으로써 앞으로 도시와 농촌. 농촌과 농촌간의 협력이 적극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산업을 육성하고 제조업의 활성화를 이룩하기 위한 우리 상품쓰기 운동은 먹거리 문화에까지 확대됨으로써 UR로 인해 깊은 근심에 쌓여 있는 농촌에도 희망을 가져다 주게 됐다.
현재 우리 농촌은 쌀시장개방압력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밀려오는 농산품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중국과의 거래가 본격화된 지난 88년이후 이제 시골의 5일장에서조차 중국산 산나물과 대바구니가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칡즙 도토리묵에서 참깨 고사리 곶감 생강 고추 복숭아 옥수수 등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다 중국산이다.
농산물이 흔한 농촌에서도 수입농산물이 홍수를 이루는 것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중국산 참깨는 국산의 1/10가격이며 곶감도 1/5정도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우리 농산물이 번번이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유통구조정책에 대한 정부의 각성도 필요하지만 값싼 수입농산물만을 사다먹는 우리가 자각하고 새로운 생활실천운동을 벌이지 않는다면 우리네 농촌은 폐허가 되고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남의 나라 손에 맡겨야 한다.
비단 농산물뿐만 아니다.
시내 백화점이나 수입품시장에서나 구입할 수 있었던 외제사품들이 달동네에 이르기까지 골목골목 위치한 수입상점에서 쉽게 구할수 있게 됐다.
전문수입상점뿐만 아니라 24시간 편의점 구멍가게에서조차 수입학용품 과자류를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수입품은 『외제면 무조건 기능과 성능이 좋다』『색깔이나 디자인이 역시 우리 것과 다르다』『맛이 낫다』는 문화적 사대주의를 일으켜 무조건 외제를 사용하면 귀족 부유층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제는 아예 외제라도 가격이 비싸야 제일 최고의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이브닝 핸드백이 할인된 가격으로 2백 10만원에 판매되면 불티나게 사가지만 같은 수입원단이라도 30만원에 판매되면 고객들에게 찬밥대접을 받는다.
기성세대의 잘못된 인식은 젊은이는 물론 어린이들에게까지 번져 외제볼펜이나 샤프필통 우산 옷 치즈가 아니면 입지도 사지도 먹지도 않는 해괴한 풍조까지 낳고 있다.
외제를 선호하는 문화적 사대주의나 과소비 풍조로 인해 밀려드는 수입품은 우리 국내산업을 위축시켜 결국 「내가 일할 자리」를 빼앗아 간다.
우리 상품을 쓰고 우리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때 자유무역 경쟁 사회 속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경제문제를
해결할 있다. 전국 평협이 주관하는 우리 상품쓰기 운동은 누가 시켜서 또 누군가 앞장서서 전개할 운동이 아니라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실천하는 개인적인 생활운동이다. 93년도에는 우리 상품쓰기운동을 적극 실천함으로써 어려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 자신도 쇄신하자는 다짐이 바로 한해를 마감하는 「우리상품쓰기운동」의 결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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