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애들은 선물을 안주신-대」. 황혼이 물든 바닷가 공소에 조용하면서도 기쁜 성탄캐롤이 울려 퍼지면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성탄전야가 시작됐다.
도시의 소비적이고 화려한 성탄전야와 대조적으로 서해바다 외딴 섬마을엔 성탄의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가 조용히 스며든다.
경기도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 바닷가 작은 언덕에 위치한 선재공소. 어른 아이를 포함 총 60명의 신자들이 새로 지은 공소에 모여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준비한 「성탄예술제」와 함께 성탄공소예절을 드리며 소박하게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난 알아요」등에 맞추어 신나는 디스코 춤을 어른들 앞에서 선보이고 공소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어깨춤을 들썩이며 동심으르 돌아간 듯 마냥 즐거워 한다. 아이들의 신명나는 사물놀이에 맞추어 춤추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얼굴에는 온 인류의 구세주로 오신 아기예수님의 탄생, 그 기쁨이 하나 가득 담겨 있었다.
번쩍이는 화려한 도시 본당의 장식도 좋지만 선재공소의 성탄장식은 나무, 소라껍질 등의 자연물로 이루어진 조촐한 모습. 『본당 회장님과 아저씨들이 산에서 전나무를 캐왔어요. 우리들이 소라로 만든 목걸이, 나무, 솜 등을 이용해 장식했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참으로 맑고 깨끗하다.
『오빠 언니들이 인천에서 방학해 오기 전에 우리들이 트리도 만들고 구유도 꾸며놓았다』며 자랑스러워 하는 선재공소 어린이들은 『친구 동생들과 함께 무용도 하고 연극도 하면서 더욱 친할 수 있어 성탄이 정말 좋아요』라며 마냥 즐거워한다.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연극, 패션쇼, 사물놀이, 무용, 디스코, 성탄 캐롤메들리 등을 앙증맞고 신나게 공연하는 동안 어른들은 어릴적 추억을 되새기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선재공소의 성탄절은 현대인들에게 잊혀져 간, 그래서 더욱 아련한 추억으로 되살아 나고 있는 어릴적 정감이 넘치는 성탄절을 생각케 했다.
주름이 깊게 패인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성탄성가를 목청껏 부르는 모습, 거동이 불편해 공소 언덕을 오르기가 힘든 노인들을 부축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소박하지만 훈훈한 사랑이 넘쳐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성탄 예술제에서 마리아와 요셉 역할을 선재공소 주일학교 은미 (로사·4학년)와 진호(토마·2학년) 남매가 맡아 화제. 『친구들 앞에서 동생과 연극을 해 처음에는 쑥스러웠다』고 말하는 은미는 『하지만 연극을 함께함으로써 동생이 더욱더 사랑스럽게 보였다』며 빙그레 웃는다.
작년 3월 선재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으로 발령을 받아 부임한 후 공소의 유일한 주일학교 교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심은희(데레사)씨는 『사회·신앙적으로 소외된 외딴 섬에서 공소아이들과 성탄을 보내면서 이들을 통해 소박하고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기 예수님을 만난다』며 『너무 개구지고 거친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힘들 때도 있지만 이 아이들의 순박한 눈동자를 대하는 순간 어느덧 힘듦도 잊게 된다』며 건강하게 웃는다.
한편 함께 모여 기도하고 생활의 어려움을 나누는 선재공소는 1958년 인천교구 답동본당 공소로 출발, 1965년에 폐쇄됐다가 1984년 지금의 공소 회장 양선경(야고보)씨에 의해 부활, 현재 인천교구 대부본당(주임=원헥돌 신부) 공소로서 힘든 여건속에서도 열심한 신앙생활을 해 오고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2시간가량 바다로 나가면 인구 8백90명의 작은 섬 선재도에 닿는다. 여객선에서 작은 통통배를 옮겨타 선창가에 내려 이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미니버스를 타고 15분가량 가면 바닷가 언턱에 빨간 벽돌의 아담한 선재공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슬픔과 기쁨을 한 식구처럼 나누며 살고 있는 선재공소 신자들은 자칫 신앙과 생활이 별개가 될 수 있는 외지에서 신앙생활뿐 아니라 삶속에서도 예수님의 사랑을 진하게 나누고 있다.
8년째 공소회장을 맡고 있는 양선경씨는 『꿈에 그리던 공소를 갖게 되어 부러울 것이 없지만 도시본당과 가난한 시골공소사이에 많은 교류와 협력이 아쉽다』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고 지켜나가는 우리 신자들을 분명히 아기 예수님은 좋아할 것』이라며 흐뭇해 했다.
가난과 추위도 공동체적 생활로 가꾸어가는 선재공소, 풋풋한 인정속에,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성가 속에 성탄의 기쁨은 알차게 무르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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