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톨릭 신자 미치코씨, 성안드레아병원에 1억 원 기부
“민족·언어 달라도 정신적 고통 나누고 싶어”
병원장 한원식 신부와 인연으로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아리타 미치코(왼쪽에서 두 번째)씨와 한원식 신부(맨 오른쪽). 성안드레아병원 제공
정신적 고통과 싸우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이웃나라로부터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 전해졌다.
일본 나가사키시에서 거주하고 있는 아리타 미치코(요세피나·82)씨는 8월 21일 경기도 이천시 성안드레아병원(병원장 한원식 신부)에 아픈 환우들을 위한 기부금 1억 원을 전달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미치코씨는 현재 일본 나가사키시에 위치한 순심 수녀회 운영 원폭 피해자 시설에서 원폭 피해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미치코씨는 원폭 피해자는 아니지만, 피해자들과 같은 건물에서 요양하면서 그들과 함께 소통하며 고통을 나누는 삶을 살아오고 있다.
미치코씨가 기부금을 내놓게 된 데는 한원식 신부(현 성안드레아병원 병원장)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한 신부는 지난 2014년 일본 상지대학교 대학원에서 노인사회복지 과정을 마치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실습을 하기 위해 미치코씨가 머물고 있는 원폭 피해자 시설을 찾았다. 2015년까지 약 1년간 사회복지 실습을 하는 동안, 미치코씨와의 인연이 깊어졌다. 한 신부가 낯선 타국에서 사목 체험을 하는 동안, 미치코씨는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한 신부를 지지했고, 한 신부 역시 미치코씨로부터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았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한 신부는 2016년 11월 성안드레아병원 병원장으로 부임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미치코씨는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1억 원이라는 적잖은 돈을 성안드레아병원에 기부했다.
한 신부는 미치코씨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는 제가 아들같이 느껴지셨는지 잘 챙겨주셨고 저 역시 부모님과 같은 마음으로 할머니를 대했다”고 말했다. 또 미치코씨가 한국으로 기부금을 보낸 데에는 ‘신앙적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민족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신앙으로 연결 돼 있기 때문에 환우들이 받는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치코씨는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쓰였으면 한다. 그들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부금을 전달한 뜻을 전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