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비유 이야기는 예수의 수난에 임박해서 행해진 것으로 수난의 예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수난사회를 비유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비유가 예수의 수난사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넓게 보면 하느님의 인류 구원의 구세사적인 개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느님은 자연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자연의 모든 것을 인간이 경작하도록 맡기셨다. 사람들은 이제부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맡은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할 일은 하지 않고 죄에 빠져들어 하느님과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하느님은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되돌리기 위하여 차례차례로 예언자들을 보낸다.
하느님의 숭고한 임무를 맡은 뽑힌 백성은 예언자들을 홀대하거나 학대한다. 그래도 하느님의 인내심은 사람으로 표현되어 끝내는 외아들을 구세주로 보내신다. 못된 백성은 그 아들마저 죽인다. 하느님은 이 못된 백성에게서 선민권을 빼앗아 다른 백성들에게 맡기신다. 이것은 하느님의 구원이 어떤 역사적 경로로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을 말해주는 구세사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선민으로 자부해오던 유대아 민족의 지도자들에게 비유들을 들어 이러한 사정을 말씀하셨다. 여기서「비유들」이라고 복수로 되어 있는 것은(공동 번역에서는「비유를 들어」라고 했음)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와 모퉁이 돌의 비유를 함께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마르 12, 1~12).
비유의 내용은 이러하다. 어떤 사람이(마태오에 따르면 어떤 지주이다) 포도원을 가꾸어 소작인들에게 맡기고 먼 길을 떠난다. 물론 소작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추수 때가 되자 주인은 종들을 차례로 포도원에 보내어 소작료를 받아 오도록 한다. 소작인들은 나쁜 사람들이어서 흑심을 품고 주인이 보낸 사람들을 혹은 때려서 되돌려보내고 혹은 죽이기도 하였다.
주인은 마지막으로 자기 아들을 보냈는데 소작인들은 그 아들마저 죽여버린다. 소작료를 물기 싫은 정도가 아니라 포도밭 자체를 집어삼키려는 나쁜 마음에서였다. 주인은 그제야 그 악한 소작인들을 죽이고 포도원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긴다.
이 비유는 이사야 예언서에 제시된 은유인데(5장 1절 이하) 여기서 포도밭 주인은 하느님이고 포도밭은 이스라엘을 빗대어 말한다. 주인은「포도밭을 마련할 때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이 가꾸었는데도 기대했던 포도는 열리지 않고 산머루 같은 쓸모없는 열매만 맺은 것을 보고 주인은 내가 해 주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포도가 송이송이 맺을까 했는데 줄 포도가 웬말인가?」라고 한탄한다.
이 은유의 말씀에 비추어 오늘의 비유를 생각하면 대체적으로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상식적으로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이상한 점이 없지 않다. 우선 포도밭 주인은 포도밭에 필요한 담장, 망대, 포도 짜는 확 등 모든 것을 마련하고 이 포도밭을 소작주고 먼 여행을 떠나는데 포도밭 하나를 여러 소작인에게 도지를 주고 떠난다. 한 포도밭을 여러 소작인에게 도지로 주는 것은 좀 이상하다.
둘째로 주인은 도지를 주고 먼 여행길을 떠나는데 목적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이집트나 바빌로니아, 아니면 로마로 떠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의 교통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추수 때에 도조를 받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까 하는 점이 자연스럽지 않다.
셋째로 주인은 추수 때가 되어 도조를 받기 위하여 사람을 보내는데 여행에서 이미 돌아왔다는 것을 전제로 했는지, 아니면 여행지에서 사람을 보냈는지 두 경우 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넷째로 첫 사람을 보낸 후 무시를 당했고 둘째 셋째 사람을 보냈을 때 그 학대의 도수가 강해지면서 경멸을 당했는데 이렇게 연속적으로 사람을 보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 포악한 소작인들에게 사람을 아무 보호 없이 보내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는데 자기의 친아들을 그 위험 속에 던져 넣는다는 것은 주인이 얼마나 바보스러운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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