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일부터 연중 제20주일까지는 미사 전례에서 그리스도의 성체를 묵상하게 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날로서「빵의 기적」이 나왔습니다.
인간 생존의 최고의 필수조건은 빵입니다. 모든 사람은 살기 위해 먹습니다. 얼마나 잘 먹고 맛있게 먹어야 하는가는 둘째 문제고 우선 배부터 채워야 합니다. 그래야 생명이 유지되며 또한 생명에 힘이 있어야 문화도 발전시키고 역사를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옛날 이스라엘 백성은 먹는 것이 대단히 궁핍했습니다.
에집트를 탈출하여 사막에서 수십 년 동안 헤매일 때는 하느님께서「만나」를 내려주셨으나 약속된 땅에 정착하여 왕을 세우고 국가로서의 형태를 갖춘 후에 백성들은 자주 배가 고팠습디다. 왕들이 바뀌고 세월이 지나가도 배 부른 세상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착취와 횡포로서 더 굶주리게 되었습니다.
왕들에 대한 백성들의 기대가 자꾸 무너지자 옛날 다윗을 그리워하게 되었으며 그의 후손에게서 새 왕이 태어나 백성들을 배 부르게 해주리라는 메시아 사상이 싹 트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후대에 와서 백성들은 자기들이 기대한 메시아가 오면 빵을 배 부르게 먹여 주리라는 기대와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먹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었습니다.
1독서(2 열왕 4, 42~44)에서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는 빵 스무 개를 가지고 백 명의 사람을 배불리 먹였습니다.
백 명이 배 부르게 먹으려면 2백 개는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의 제자가『어떻게 이것을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하느님을 믿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나누어 주어라』. 그러자 빵 스무 개로 백 명을 먹이고도 남게 되었습니다.
나누면 풍부해집니다. 사랑을 나누면 사랑이 한없이 커지고 기쁨을 나누면 기쁨이 또 한없이 커집니다. 마음을 나누면 마음이 커지고 지혜를 나누면 지혜가 커집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요 하느님의 소망입니다. 그러나 나누지 않으면 그 자체로 썩고 녹슬게 되어 세상은 악화됩니다. 성체의 의미가 바로 나눔에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한 아이가 가지고 있었던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사람들 앞에 내놓고 나눕니다. 그랬더니 남자만도 5천 명이 배불리 먹고 열두 광주리가 남았습니다. 믿기지 않는 얘기지만 그러나 그것은 사실입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나누면 하느님께서 채워주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무엇을 가지고 있고 또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어느 것도 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내 이름으로 부동산이 등기되어 있고 내 이름으로 통장에 돈이 예치되어 있다 해도 엄밀한 의미에서 그것은 내 것이 아니고 다 하느님의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의 속성처럼 나눌 때 그 의미가 살아나면서 우리의 생을 밝혀주게 됩니다.
어떤 부부가 너무도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억척같이 일해서 돈을 벌었습니다. 그들에게 는 한 가지 소망이 있었습니다. 자기 자녀들 대에서는 절대로 고생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녀들보다도 자기 자녀들을 잘 먹이고 입혔습니다.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면 액수를 가리지 않고 썼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오로지 자기 자식들만 보였고 남의 자식의 어려운 일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입니다.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들을 보호하고 있으니 부모가 와야 한다는 통보였습니다. 깜짝 놀라서 뛰어가 파출소장을 만났더니 글쎄 자기 아들이 강도 짓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한 달 용돈이 30만 원인데 그것도 모자라서 강도 짓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놈이 합세해서 가난한 수퍼마켓을 털었던 것입니다.
아버지가 땅을 치며 한탄을 했고 어머니가 까무러치면서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부족해서 이런 짓거리를 했느냐면서 자식을 나무랐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조금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어서 돈 들여서 자기를 빼내달라는 소리만 했습니다. 파출소장도 직원들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억만금을 가지고 있어도 나누지 않으면 썩습니다. 그리고 썩은 돈은 인간도 부패시킵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듯이 가난해도 나눌 수 있고 베풀 수 있을 때 비로소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생이 됩니다. 재물이란 가지면 가질수록 목 마르게 되고 나누면 나눌수록 배 부르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빵의 기적」은 당신이야말로 오시기로 되어있는 메시아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내시는 표시입니다. 백성들은 그 자리에서 예수를 왕으로 모시려 했습니다. 그러나「빵의 기적」의 핵심은 성체성사의 나눔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진정 메시아십니다. 우리도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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