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훈 중위 순직 인정, 진상규명 여전한 숙제
천주교인권위, 진상규명에 지속 노력한 결과… 사망 원인 둘러싼 논란은 남아
“부실한 초동수사 타살 여부 밝혀내야”
故 김훈 중위 영정.
故 김훈(요한 비안네·당시 25세·육사 52기) 중위가 사망 19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8월 31일 김훈 중위를 순직자로 결정했지만 김 중위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김훈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벙커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고 군 수사당국은 김 중위가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김 중위의 아버지인 김척(라우렌시오·75·예비역 육군 중장·육사 21기) 장군 등 유가족은 김 중위의 손목시계가 파손돼 있는 등 타살 증거를 제시하고 군 당국의 부실한 초동수사를 지적하며 “김 중위는 타살된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해 왔다.
김 중위 타살 의혹이 확산되자 1998년 6월~1999년 4월 육군본부 검찰부와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이 재수사를 벌였지만 결론은 자살이었다. 대법원은 2006년 12월 김 중위 유가족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군 당국의 초동수사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2009년 11월에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고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군의 초동수사가 부실해 사망원인이 불분명한 김 중위를 순직 처리하라고 국방부에 시정권고 했다. 국민권익위 시정권고 5년 만에 국방부가 김 중위의 순직을 결정했지만 사망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척 장군은 “순직 인정으로 김 중위를 국립묘지에 보낼 수 있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국방부가 김 중위 사망 원인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진실을 감춰온 점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국군은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4년 2월 24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봉헌된 故 김훈(요한 비안네) 중위 6주기 추모미사 장면.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김 중위 사망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앞장섰던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김형태(요한) 변호사도 “김 중위 사망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국방부가 은혜를 베풀 듯이 김 중위의 순직을 인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고인의 명예회복과 유사 사건의 공정하고 투명한 처리를 위해서도 국방부의 변화된 모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998년 9월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군 내 의문사 진실규명을 위한 법의학적 공개토론회’를 열어 김 중위 사망 사건을 공론화시켰고 1999년에는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에 천주교인권위 추천 자문위원 10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노동사목위원회 등이 김 중위 기일(2월 24일)에 추모미사를 꾸준히 봉헌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해 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