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책자를 들고 미소 짓는 송대호군. 성지에 방문할 때마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성지순례를 하면 내 안의 영성을 끄집어 낼 수 있고 또 나의 신심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지를 다녀오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송대호(미카엘·15·청주 분평동본당)군에게 성지순례는 그야말로 ‘일상’이다. 9살 때부터 틈나는 대로 부모님과 함께 성지순례에 나서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교회의가 발간한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에 수록된 성지 111곳을 두 번이나 완주했다.
처음에는 아버지 송재룡(베드로)·어머니 김윤정(세레나)씨 손에 이끌려 순례에 나섰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 어머니가 대호군을 따라나서는 형국이 됐다.
그의 순례 여정은 6년 전 해미성지 순례가 시작이었다. 부모가 신앙 선조들의 순교역사를 대호군에게 알려주고 싶어 떠난 순례였다. 매질을 당하는 동안에도 주님을 향한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복자 인언민(마르티노·1737~1800)의 순교 장면 등은 어린 대호군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갈매못 성지를 방문한 날, 성물판매소에서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책자를 발견했다. 본격적으로 성지순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한 성지를 다녀오면 한 주 내내 순례 책자를 보며 다음 성지순례 장소를 찾고 공부했다. 시험을 앞두고도 순례 행보는 계속됐다. 가까운 충청지역 순례지부터 멀리는 제주도와 거제도까지, 그때부터 주일과 방학기간은 온통 ‘순례’로 채워졌다. 성지의 주일미사 1시간 전에 도착하는 것이 나름의 원칙. 먼 곳을 가려면 새벽 5시에는 집을 떠나야 했다. 어린 나이에 지칠 수도 있고 게으름이 생길 법도 한데, 대호군의 성지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그렇게 해서 2011년 10월 20일부터 2014년 8월 5일까지 111개 성지 순례를 마쳤고, 2015년 5월 3일부터 올해 5월 28일까지 두 번째 완주를 기록했다.
이제는 세 번째 완주에 도전 중이다. 대호군은 “성지 방문 도장을 찍고 완주하는 의미보다, 그저 성지에 가면 좋고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순례를 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그에게 인상 깊게 남는 성지는 ‘홍주’다. 홍주성 밖 월계천과 홍성천이 만나는 합수머리 근처 생매장 터에서 순교 자리마다 어머니와 함께 주모경을 봉헌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런 대호군의 의지 덕분에 그의 부모에게도 이제는 순례 시간이 자연스럽다. 아버지 송씨는 “대호가 먼저 순례를 원하고 성지에 가고 싶어해서 동행했는데, 함께 성지순례를 하며 우리 신앙도 커지고 가정도 성화되는 것 같다.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호군은 성지에 가면 늘 성당 제대에서 인증사진을 남긴다. 장차 사제가 되고 싶은 꿈을 성지에 담고 싶다는 의미다. “의사 신부님이 돼서 사람들의 영혼과 육신을 모두 치료해 주고 싶다”는 그는 “걸어서 신자들을 만나며 사목활동을 하셨던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님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