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종교 조사 실태를 보면 불교, 가톨릭, 개신교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가톨릭교회는 1970~1980년대에 양적 팽창 현상을 보이면서 개신교회 성장이 주춤하던 1990년대에도 증가세를 이어갑니다. 문화와 종교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왜 그럴까’ 관심이 갔습니다.”
일본 메이세이대학(明星大学) 히데무라 겐지(秀村研二) 교수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한국종교 연구자로 꼽힌다. 1980년대부터 문화인류학과 민속학적인 시각으로 한국 개신교를 비롯해 근대 이후 사회변동과 종교 간의 문제를 연구해 왔다.
겐지 교수는 2015년 봄부터 여름·겨울방학 시기를 이용해 대구대교구 왜관성당을 찾고 있다.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한국 가톨릭교회가 지역사회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한국에 올 때마다 2~3주 정도 머물며 성당에서 ‘참여관찰’을 하고 있다. 참여관찰은 일정 기간 연구 대상 집단의 활동에 같이 참여하며 집중적으로 그 집단을 연구하는 방법이다.
“거의 왜관본당 사람이 다 됐다”는 본당 주임 선지훈 신부 말처럼, 겐지 교수는 그간 왜관본당의 대소사는 물론 평협, 레지오마리애 등 각 단체 모임과 회합에 참여해 왔다. 본당 주보 묶음집을 비롯해 각종 본당 자료를 살피는 것도 연구의 중요한 부분. 이번 방한 때도 8월 18~30일 왜관에 머물며 매일 성당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후쿠오카 출신인 그는 상대적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이 약한 일본에서 3대째 개신교 신앙을 이어오고 있다. 개신교신자이면서 외국인의 시각으로, 또 신학이나 교회사가 아닌 문화인류학 관점에서 한국교회를 연구하는 시선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원래 종교와 사회 관계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일본과 역사적으로 얽혀 있어서 연구 대상이 됐습니다.” 1988년부터 서울, 일산, 파주의 3개 개신교회를 비교 연구하고 있다는 그는 “가톨릭신자들은 개신교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이는 반대로 ‘안정적’이라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체 운영의 조직적인 부분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도입부터 특별합니다. 선교사들에 의해 신앙 전래가 이뤄지면 대부분 선교사들의 나라와 배경에 지배를 받게 되는데, 자생적으로 가톨릭 신앙이 생기면서 그런 부분이 없었던 것도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겐지 교수는 왜관본당 연구와 별도로 신도시 본당 연구도 계획 중이다. 전출입 흐름이 완만한 왜관 지역과 달리 신도시는 타지 사람들이 도시를 구성하면서 한국 사회의 변동 추이와 함께 그 안에서의 가톨릭교회 모습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왜관본당 연구는 특별히 기한을 정해두지 않고 진행 중이다. “보다 긴 시간을 두고 왜관이라는 지역에서 가톨릭교회가 어떤 작용을 했는지 살펴보고 싶다”는 것.
앞으로 “한국 사회의 근대화로 인해 한국 전통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연구하고 싶다”는 겐지 교수. “30년 가까이 한국의 문화인류를 연구하면서 사람들의 관계적인 면을 포함해서 너무 많은 것이 변화된 것을 봅니다. 그런 현상 속에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그 종교를 통해 사회는 어떻게 변화됐는지 연구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