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이 작가가 9월 14일 경기도 광주 성분도복지관 도예관에서 도예 작업을 하고 있다.
“장애를 두려워 했으면 이렇게 꿈을 이룰 수도 없었을 거예요.”
도예·퀼트 작가로 활동 중인 박명이(루치아·61)씨의 오랜 꿈은 바로 전시회를 여는 것이었다. 이 꿈은 10월 24일 서울 서초동 흰물결갤러리에서 이뤄진다. 박씨는 ‘그래, 함께 놀자’를 주제로 12월 8일까지 첫 전시회를 연다.
박씨는 전시회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화려한 경력도 없어, 자신은 갤러리 전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오랜 꿈이기도 했고 주변에서도 용기를 심어준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난 2년 동안 만든 도자기와 퀼트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도자기로 만든 접시와 인형을 비롯해 퀼트 가방과 조각보, 묵주 주머니 등 다양하다.
그는 어린 시절, 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고 또 쉽게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앓았다. 미술을 좋아했지만 조금만 힘을 가해도 뼈가 부러질 정도로 약해서 미술작업은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30여 년 전 경기도 광주 성분도복지관 성분도대학에 입학하면서 도예를 배웠다.
그는 “흙을 만질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고 행복하다”면서 “도예는 제 삶을 표현하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퀼트 작업은 생업으로 이어오다, 창작 공예로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박씨는 성분도대학에 입학한 후 1년 만에 세례도 받았다. 입학 당시 개신교 신자였던 그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긴 채 살아가는 수녀님의 모습을 보면서 개종을 결심했다.
박씨는 “성당 옆에 살면서 수녀님들의 아침, 저녁 기도소리를 들으며 생활했다”면서 “힘든 마음은 성체조배를 하며 달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넘어져 다치기라도 할 때면 “저는 장애를 견뎌내기에도 벅찬데 왜 수술까지 해야 하느냐”고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뼈가 한 번 부러지면 뼈 사이에 핀을 박는 큰 수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직 하느님께 제 모든 걸 의지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느님께서 저를 지켜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살아왔죠.”
그는 겁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신앙에서 온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힘들 때마다 기도로 마음을 달랬고, 성당에서는 손과 발에 못이 박혀 있으면서도 우리를 사랑하신 십자가 위 예수님을 바라보며 위안을 받았다. 신앙을 통해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는 그는 이제 또 다른 꿈을 꾼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싶은 꿈이다.
박씨는 지난 세월 겪은 아픔과 고통 또한 모두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활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