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건설재개’ 선택… 교회 입장은?
“미래세대 환경 생각하면 ‘탈핵’으로 가야”
매몰비용 등 고려해 건설재개 택했지만
에너지 정책 중 핵발전 비중 ‘축소’ 권고
한국교회는 핵발전 위험성 꾸준히 경고
신재생 에너지로의 정책 전환 거듭 촉구
지난해 7월 발생한 울산 앞바다 지진의 진원지와 60여㎞ 거리에 있는 월성원전. 경주-울산-부산은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이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탈핵 정책의 시금석으로 주목 받으며 일시 공사가 중단됐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이 재개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이하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3개월간 진행한 공론화 절차를 마치고 10월 20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화 결과, 건설재개를 정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공론화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여부를 결정할 시민참여단에 참여를 희망한 5981명 가운데 500명을 선정했고 이들 중 최종조사에는 471명이 참가했다.
시민참여단이 10월 13~15일 2박3일 일정으로 종합토론회을 갖고 최종 4차 조사를 완료한 결과 건설재개를 선택한 비율이 59.5%로 건설중단을 선택한 40.5%보다 19.0% 높게 나왔다. 이 결과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인 ±3.6%p를 넘어서는 것이다. 시민참여단 471명이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국민 과반수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를 원하는 것으로 ‘여론조사 수치상’ 드러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최종 조사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건설재개를 희망하는 비율이 유의미한 차이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할 경우 발생하는 매몰비용과 일자리 감소 등 경제적 관점이 시민참여단에게 보다 호소력 있게 인식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해온 보수 정치권과 언론들도 전력수급의 심각한 차질,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 지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 대안 부재 등을 내세워 탈핵 정책에 일관되게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교회 안에서 탈핵에 앞장서 온 조현철 신부(예수회, 녹색연합 상임대표)는 “핵발전을 기술적, 경제적 시각에서만 바라 볼 수는 없다”며 “미래세대가 살아갈 환경까지 걱정하는 장기적 안목에서 바라보고, 피폭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핵발전소와 송전탑 인근 주민들의 피폐해지는 삶,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하면 탈핵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2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받은 ‘핵재처리 실험 저지 30㎞연대’ 이경자(52) 집행위원장도 “탈핵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현 정부의 의지가 실종됐고 탈핵 전환에 따른 정치적 책임과 부담을 시민참여라는 이름으로 전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높아진 탈핵 열망과 안전한 삶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핵발전소에 막대한 이권을 지닌 집단의 저항을 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진단했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공론화위원회 결과 발표를 접한 뒤 10월 22일 서면 입장문을 내고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이라는 저의 공약을 지지해 준 국민들께서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하고 대승적으로 수용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어 “정부는 이미 천명한 대로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더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론화위원회도 핵발전 비중 축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축소’를 선택한 비율이 53.2%로 ‘현행 유지’ 35.5%나 ‘확대’ 9.7%에 비해 큰 차이로 높게 나왔다면서 핵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한국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8월 1일 성명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관련된 공론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내고 핵발전의 위험성을 알렸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9월 19일 사회현안 자료집 ‘공론화와 탈핵 그리고 교회’에서 핵발전이 인간과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과 핵발전소 건설 중단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광주대교구 정평위도 8월 26일 ‘탈핵 공동 행동의 날’을 열고 핵발전을 멈추고 에너지 정책을 전환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서울 응암동본당이 중심이 된 서울 은평구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은평탈핵연대’ 이름으로 9월 27일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요구하는 은평 1만인 탈핵 시민선언’을 발표해 주목 받기도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