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과 진화론은 끊임없이 대립해왔다. 그 간극도 좀처럼 좁히기 어렵다. 그러나 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Christoph Schönborn·1945~)은 창조론과 진화론을 더 이상 대립의 관계로 보지 않고 서로 보완하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도록 한다”고 말한다.
「쇤보른 추기경과 다윈의 유쾌한 대화」에서 쇤보른 추기경은 ‘창조론’을 단순히 미신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창조론이 비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님을 설명한다. 그는 창조론을 통해 ‘생명 존재의 목적’과 ‘세상의 피조물들에게 이로움을 가져다주는 삶이 그리스도의 삶을 따르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두 이론을 통해 세상의 존재와 인간의 목적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펼쳐놓는다.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 초판을 펴내면서, “세상 만물은 어느 한 시점, 한 존재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지구의 역사를 거치며 진화됐다”라는 진화론이 크게 대두되며 창조론과 이론적으로 부딪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창조론의 지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여전히 ‘창조론’과 ‘진화론’은 정반대에 서 있다. 그러나 쇤보른 추기경은 두 가지 이론을 완전히 동떨어진 의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교회와 과학은 서로 좋지 않은 관계에 있으며, 신앙과 과학이 예전부터 늘 끊임없는 불화 속에 서로 싸운다는 생각은 우리 시대의 끈질긴 ‘허상’이자 학습된 편견 가운데 하나”라며 “창조주 하느님을 믿는 것은 과학을 가로막는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설명한다.
이어 “우주를 창조하신 창조주가 계신다는 믿음이 과학에 장애가 될 이유가 없으며 과학의 연구와 발견, 이론 형성, 연관성 파악을 창조라는 책에 대한 공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아울러 신앙이 과학과 원칙적으로 충돌관계에 있지 않다는 사례를 들어 ‘과학과 신앙과의 관계’에 대한 일방적인 시각을 벗어나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1870년 제1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나온 “신앙과 이성 사이에 진정한 불일치는 있을 수 없다. 신비를 계시하고 신앙을 주시는 바로 그 하느님께서 인간 정신에 이성의 빛을 비춰주시기 때문이며, 하느님께서 자신을 부정하거나 진리가 진리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을 언급하며 “교회와 과학은 진리 앞에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쇤보른 추기경은 책에서 신앙과 과학에 대한 관계를 상호보완하며 이해할 수 있는 관계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진화론에 대해 교육 받는 현대인들이 ‘창조론에 관한 오해’를 풀고, 창조와 진화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다.
책은 1장 ‘창조와 진화 현재의 주요 쟁점들’, 2장 ‘창조론과 창조주의 비슷한 듯, 하지만 정반대의’, 3장 ‘아무 이유없는 그 아름다움 창조의 다양성’, 4장 ‘진화는 믿음의 문제? 지속적인 섭리와 창조의 역동성’ 등 총 9개 장으로 구성됐다.
쇤보른 추기경은 책을 통해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신자유주의가 부상한 현대에도 중요한 것은 ‘이성’과 ‘사랑’이라고 말한다. 이성과 사랑, 창조론과 진화론, 신앙과 과학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성과 사랑에서 세상이 생겨나고 창조됐습니다. 또한 이성과 사랑을 통해 세상이 존속되고 완성될 것입니다. 이러한 확신 가운데 사는 삶이야말로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