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합덕본당 김성태 주임신부는 “다시 울리게 될 합덕성당의 종소리가 세상 흐름 속에서 허물어진 시간의 성전을 다시 세우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27년 역사의 합덕성당 종소리가 이 시대를 사는 신앙인들에게, 또 순교자의 땅 내포를 시간 속의 성전(聖殿)으로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전교구 합덕성당이 위치한 충남 당진 합덕 지역은 지금도 마을회관에 십자고상이 걸려 있을 정도로 주민 거의가 가톨릭 신앙 생활을 하고 있다. 그만큼 수대째 신앙을 이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들판에 울려 퍼지던 성당 종소리를 기억한다. 종소리가 울리면 밭일을 하다가도 호미와 삽을 내려놓고 기도를 드렸다. 종소리에 맞춰 걸음을 재촉해 성당으로 향하기도 했다. 그 시간은 속세의 분주함을 한 켠으로 접어두고 잠시 하느님께 시선을 두는 시간이었다. 사회 변화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사라진 성당 종소리는 어쩌면 그러한 시간의 성전이 허물어진 것 같은 안타까움이다.
12월 31일 종 봉헌식을 앞두고 오는 10월 28일 종 복원 기념음악회를 여는 합덕본당 주임 김성태 신부는 “한국교회 신앙의 온상인 합덕본당은 100여 년 넘게 이어온 신앙의 원형을 나눠줄 소명이 있다”면서 “종소리 속에서 하느님을 찾고 그 울림을 의식했던 신앙적 감성을 회복하고 싶었다”고 새 종탑 건립과 종소리 복원의 의미를 밝혔다.
김 신부는 성당 마당에 종탑 공간을 별도로 조성했다. “기존 모습대로 성당 내부에 종탑을 세우고 싶었으나, 90년에 가까운 성당 건물의 훼손이 우려됐다”고 했다.
1929년 신축 준공된 현 성당 종탑에는 이전에 쓰던 종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아쉽게도 이 종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새 종탑은 12개의 종으로 구성된다. 프랑스에서 종 제조로 유명한 바카르드 사가 제작을 맡았다. 현재는 가장 큰 종 3개만 설치된 상태. 나머지 종들은 11월 중순 도착 예정이다. 새 종탑 디자인은 조각가 최평곤씨가 맡았다. 종탑이 완성되면 보존 중인 옛 종도 함께 전시할 계획이다.
김 신부는 “12명의 사도가 그리스도교회의 초석이 되고 기둥이 된 것처럼, 12개의 종에서 울리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허물어진 시간의 성전을 다시 세우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으로 “삼종기도 및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매일 3시경 성모송을 멜로디로 들려줄 예정”이라고 밝힌 김 신부는 “종소리를 통해 지역 신자들은 물론 내포를 찾는 많은 이들이 하느님을 더 가깝게 느끼고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