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난주 역을 맡은 배우 이원희(오른쪽)씨와 구정은씨. 사진 박원희 기자
“이번 대구 공연은 뮤지컬 배우와 스텝 모두가 초심을 다시 한 번 되살리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관객 분들이 굴곡지고 힘든 삶 속에서도 주님만을 믿고 따랐던 신앙선조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가셨으면 합니다.”
뮤지컬 ‘정난주’ 극본과 주연(노년 정난주역)을 맡은 원로배우 이원희(엘리사벳)씨와 젊은 시절 정난주 역을 맡은 구정은씨는 대구 공연을 앞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12월 2일 대구대교구 주교좌범어대성당 드망즈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정난주’ 극본은 지금까지 200여 차례에 걸쳐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쳤다. 이원희씨는 “사실 정난주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단 한 줄에 불과하다”며 “극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하느님을 믿고 따르며 힘든 삶을 살아냈던 분들의 내면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연극 ‘꽃상여’, ‘안녕 모스크바’, ‘소전노’, ‘유리동물원’ 등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다. 그런 그가 가톨릭 역사를 다룬 뮤지컬 대본을 쓰고 주연배우로 직접 나서 연기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가톨릭교리신학원을 다니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을 구상하게 됐다”며 “온전히 내 힘이 아니라, 주님의 힘으로 이뤄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정난주’는 초창기 소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다 점차 성당과 문화회관, 오페라하우스 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이씨는 노년의 정난주 역을 하면서 항상 ‘솔직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는다고 했다. 정난주의 삶은 기구한 한 여성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고통 속에서 주님 존재를 확인했던 신유박해 그 시절 사람들 모두를 대변한다. 그는 “감정을 꾸미는 연기를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젊은 정난주 역의 구정은씨는 3년 전부터 뮤지컬에 참여해 지금까지 50여 회 공연했다. 개신교 신자인 구씨는 “선배님의 연기 열정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며 “몸에 밴 경륜과 내공을 하나씩 전수받는 느낌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씨는 정난주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왔다. “기본적으로 약한 사람이지만 강인해질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죠. 여성으로서 힘든 고통을 겪으면서도 주님께 의지했던 그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배우들은 “공연을 보시는 관객 분들이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보며 배우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대구 공연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진한 감동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