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이 오는 2027년 창간 100주년을 앞두고 기획·특집 기사에 대한 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은 교회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독자를 위해 보다 질 높은 신문을 만들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본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복음화 선봉에서 여론을 선도하고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장기 기획·특집 기사를 구성해 향후 10년간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인다.
이번 설문조사는 앞으로의 기획·특집 기사 방향 뿐만 아니라 현재 가톨릭신문 기사 보도와 편집 방향에 대한 평가, 한국교회 현실과 미래에 대한 전망 등 폭넓은 분야를 다뤘다. 전문가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창간 100주년을 앞둔 가톨릭신문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짚어낸 한편 한국교회 현실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교회언론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애정 어린 조언을 보내왔다. 설문조사 결과를 자세히 분석해본다.
■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살려야”
가톨릭신문 창간 100주년 기획·특집 기사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교회 역사에 비추어 현실을 짚어주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달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교회 현실에 대해 비판은 물론 대안을 제시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항목이 선택 상위를 차지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또 뒤를 이어 소외된 이웃을 위한 교회 복지활동, 유사종교에 대한 대응책, 본당과 각 교구가 나아갈 방향 설정 등이 선택된 것도 한국교회의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종합된 것으로 해석된다.
기타 의견으로는 ▲아시아교회에 대한 이해와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 ▲교회 내 진보와 보수 소통의 장 마련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구하는 교회 쇄신의 비판적 수용 ▲사회교리에 따라 사회 문제에 대한 대안 제시 등이 있었다.
■ 현재 보도와 편집 방향 ‘대체로 만족’
가톨릭신문의 전반적인 보도와 편집 방향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심층보도가 많고 기사 내용이 유용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독자들의 관심사를 좀 더 반영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세부 질문으로 ‘논조와 시각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항목에 대해 긍정 평가가 과반 이상(53.3%)이었고 부정 평가는 9.7%에 그쳤다. ‘교회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획과 심층보도가 많다’는 항목에는 긍정 평가가 61.3%로 부정 평가 6.5%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사회 문제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잘 전달하고 있다’에는 긍정 평가가 58.1%였으며 부정 평가는 12.9%였다. ‘평신도 등 독자들의 관심사를 잘 반영하고 있다’에는 긍정 평가가 43.6%, 부정 평가는 17.7%로 나타났다.
전문가 59.7%는 ‘기사 내용이 유용하며 신뢰가 간다’고 답변했으며 이에 대한 부정 평가는 3.2%에 그쳤다.
기타 의견으로는 ▲비판적 시각보다는 ‘가르침’이나 행사 소개에 치중하고 있다 ▲삶과 신앙이 하나된 평신도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뤄야 한다 ▲과거에 비해 사회분야 소식을 개방적으로 사회교리 측면에서 잘 다루고 있다 등이 제시됐다.
■ 기획·특집 ‘더 많은 대안 제시 필요’ 의견도
전문가들은 최근까지의 가톨릭신문 기획과 특집 전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교회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내비쳤다.
세부 질문에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항목에 대해 41.9%가 긍정 평가를 내렸으며 ‘기사가 읽기 쉽고 독자의 요구에 부응한다’에는 51.7%가 긍정 의견을 내놨다.
‘기사의 전문성이 뛰어나며 신뢰할 수 있다’는 항목에는 43.5%가 긍정적이었으며 ‘교회 안의 여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에 38.7%가 긍정 평가했다. 기획과 특집 기사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읽기 쉬우면서도 전문성을 잘 살리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미래 지향적이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29%, 부정 평가가 24.2%로 나타나 교회 현상을 짚어내는 역할에는 충실하지만 대안 마련 부분에 있어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였다.
기타 ▲정보 전달에 그치기보다 미래 교회를 이끌어가는 역할 ▲교회와 우리 사회 전체 공동선 실현을 위한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 ▲사회적 세태에 대해 복음적으로 식별하는 기사를 요구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 사회·환경·인물에 대한 기획·특집 기사 만족도 커
가톨릭신문이 최근 게재한 기획과 특집 기사에 대한 만족도 평가에서 전문가들은 환경 등 사회적 이슈를 포함해 특정 인물이나 복지·문화 관련 기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밥상’(만족도 71.8%), ‘생명존중·자살예방 캠페인 행복해져라’(68%),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67.3%) 순으로 기사 만족도가 높았다.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이야기 또는 인물을 다룬 기사들이 독자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64.7%),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62.5%), ‘생활성가의 기쁨’(61.8%) 등 문화·복지 분야에 대한 선호도도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요 외부 필진 칼럼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펀펀 사회교리’(71.4%), ‘사회교리 아카데미’(71.4%)가 공동 1위를 차지해 일반 사회 이슈에 대해 교리적으로 접근하는 내용들이 큰 만족도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66.7%), ‘인물과 영성 이야기’(60.9%) 순으로 나타나 역시 문화와 인물 분야에 대한 기사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온라인 콘텐츠 기획 ‘이슈 현장 탐방’ 선호도 높아
가톨릭e신문 등 온라인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는 가톨릭신문의 창간 100주년 기획·특집 기사 아이템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회 안팎에서 이슈가 되는 현장 탐방’(35명)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콘텐츠는 실시간 뉴스 전달을 최우선시 하는 만큼 전문가들은 교회언론에서도 발 빠른 뉴스 전달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전문가와 독자가 참여하는 신앙 토론’(26명), ‘청소년·청년 신자들을 위한 맞춤형 이벤트’(22명), ‘종이신문에 게재된 기사에 대한 해설과 심층보도’(16명) 순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분야의 특성을 살려 독자 친화형, 젊은 신자를 위한 콘텐츠, 지면에 다 싣지 못하는 심층적인 보도를 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한국교회 현황과 비전 “비관 넘어 희망 제시해야”
한국교회 현실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질문 항목에서 전문가들은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쇄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회 신자들이 현재 신앙생활에서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는가’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적인 믿음과 신심활동’(43명), ‘미사 참례’(36명) 순으로 꼽았다. ‘신앙과 관련된 공부’(13명), ‘친교하는 소공동체 활동’(12명), ‘선교와 세상과의 소통’(11명) 등 자기계발이나 대사회적 활동상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 신자들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국교회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향후 10년간 한국교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62명 중 대다수(39명)가 지금보다 퇴보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보다 발전할 것이라는 의견은 11명에 그쳤다. 한국교회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앞으로 설정해야 할 목표에 대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45명), ‘복음의 기쁨으로 사는 교회’(42명)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대사회적 활동을 강화함과 동시에 그리스도 복음을 전파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을 교회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한국교회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서 전문가들은 ‘성직자 태도와 생활 방법 개선’(45명)을 우선순위에 뒀다. 교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성직자들 스스로가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포용’(32명). ‘신자 재교육과 소공동체 활성화’(31명), ‘물질주의 경향 극복’(31명) 등이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사회교리를 강화하고 성직주의를 타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교회로 탈바꿈 ▲평신도 지도자 체계적 양성 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 “세상 비추는 선도자, 파수꾼 돼야”
창간 100주년을 준비하는 가톨릭신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타 의견을 통해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가톨릭신문이 교회언론의 ‘맏형’으로서 자신감을 갖고 미래 비전을 확실히 구축해 한국교회를 이끌어 나가 줄 것을 주문했다.
한 전문가는 “가톨릭신문은 그동안 우리 사회 문제점들을 복음적 차원에서 해석하고 대응하는데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아 반갑고 기쁘며 앞으로도 한국교회가 성찰하고 쇄신하면서 세상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파수꾼으로서의 임무를 잘 수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가톨릭 지성인들의 힘을 한데 모으는 촉매제 역할을 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전문가는 “초기 한국교회를 견인하고 1970~1980년대 교회에 젊은이들을 불러모은 힘은 가톨릭 지성인들에 있었다”며 “이들을 자극해 그들이 적극 참여하고 모일 수 있도록 가톨릭신문이 선도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