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인 첫 신자이자 사제인 킨리 체링 신부는 부탄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단 하나의 목표라고 말한다.
킨리 체링 신부(Kinley Tshering·예수회 인도 다르질링 관구장)는 부탄인이다.
부탄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불교국가로 전 국민이 불교신자다.
그는 부탄인으로서 최초로 세례를 받았다. 부탄인으로서 최초로 서품도 받았다. 현재까지 ‘첫’ 부탄인 사제이자, ‘유일’한 부탄인 사제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부탄 실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은 ‘어떻게 부탄인이 신자가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해 한다. 마더 데레사도 생전에 그랬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푹 빠진 거죠. 무엇보다 예수를 본받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랑실천에 힘쓰는 선교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성소를 더욱 굳히게 됐습니다.”
부탄 전 국민들은 단 하나의 불교종파로 철저하게 일치돼 있다. 헌법을 통해 종교 자유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실제 개종이 가능하거나 자녀들이 다른 종교를 갖도록 허락해주는 상황은 아니다. 다른 종교의 예배와 집회도 공식적으로 불가능해 성당을 지을 수도 없다. 게다가 부탄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는 ‘불쌍한’ 하층민과 같이 인식된다. 현재 부탄에는 70여 명의 가톨릭신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이들은 대부분 부탄인이 아닌 네팔계 신자들이다.
1974년, 14살 킨리는 부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례를 받았다. “사회적 신분이 강등되더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자” 스스로 한 선택이었다. 인도 다르질링에서 공부하던 중 선교사들에게 교리를 배웠다. 하지만 세례 후 10여 년간은 성체를 공식적으로 영할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반대가 너무 거세 사제성소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부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MBA(전문 경영인 과정)를 취득하고 유명 회사에도 들어갔다.
그런데 25살 청년 킨리는 단 한 마디 말 덕분에 사제성소를 되찾았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에게는 성소가 있습니다. 당신은 사제가 되고 또한 예수회 회원이 되어야 합니다.”
회사 출장길,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마더 데레사의 조언이었다.
사제품을 받은 이후 부탄 왕은 부탄에서 가장 큰 학교의 운영권과 소유권까지 주겠다고 제안했다. 불교로 개종하고 결혼을 하라는 게 조건이었다. 킨리 신부의 대답은 단호했다.
“고작 그런 걸로 영원한 생명을 포기하라니요. 저는 제 갈 길을 가겠습니다.”
킨리 신부는 올해 말 다르질링 관구장 소임을 마치면 부탄으로 돌아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성당을 짓고 신자 수를 늘리는 외적 선교활동이 아니라, “오로지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만 일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그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 주겠다”고 말한다. 꼭 불교신자여야만 훌륭한 부탄국민이 될 수 있다는 편견도 바꿔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킨리 신부는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가난과 마약문제 등이 부탄 곳곳에서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부탄의 가난한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선을 통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내 생애에선 단 한 명의 개종자도 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목표는 부탄을 가톨릭국가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예수를 알고 그 사랑을 알아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것처럼, 부탄 사람들이 예수의 사랑을 알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죽기 전에 단 한 명이라도 더 부탄인 사제가 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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