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흥동 작업실에서 만난 김경란 작가는 “구유 전시를 통해 모두가 함께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 성탄을 기다리며, 조금 일찍 그분 맞을 채비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대전교구가 주최한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기념 조형물 공모전에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사람들에게 위로 메시지를 전하는 교황 모습을 형상화해 당선의 영광을 안았던 조각가 김경란(마리아·대전 대흥동주교좌본당)씨.
선 굵은 조형 감각으로 신앙 깊이가 담긴 성상(聖像) 조각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그가 대림시기를 앞두고 구유 제작에 도전했다. 11월 22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구유 풍경’을 주제로 첫 구유 전시를 여는 것. 갤러리1898 차원에서도 구유만을 주제로 한 전시는 처음이다.
전시에서는 대형 작품을 주로 했던 그의 작업 스케일처럼 가로 세로 3m에서 5m 크기의 대형 구유 한 점이 소개된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재현되는 구유 풍경을 한국식으로 해석한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산천과 논밭, 한복 차림의 등장인물 등 가장 한국다운 구유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설치적인 요소를 통해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신 사건과 아울러 그 말씀이 한반도에 전해진 부분을 형상화한다.
“일찍부터 교회 미술에 관심을 가져온 조각가로서 아기 예수님의 구유 풍경은 강생의 신비를 일깨워준다는 면에서 늘 매력적이었다”고 말한 그는 “새로운 느낌의 구유를 나누고 싶은 의욕에서 전시를 기획했는데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게 될지 걱정스런 마음이 크다”고 했다.
구유 전시는 오래 전부터 마음에 담아왔던 것이다. 프랑스 유학 시절, 지역 본당마다 오밀조밀 다양하게 구유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막연한 부러움을 느꼈다는 김 작가는 “그때부터 우리나라에도 이야기가 있는, 재미있는 구유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유를 만들며 오랫동안 익숙하게 작업해 오던 흙 작업의 틀을 벗고 물감·천·나무·지푸라기 등 다양한 재료 활용을 시도했다. 그래서 이번 구유전시는 개인적으로 ‘실험적인 자리’이면서 그만큼 긴장되는 시간이다.
구유는 아직도 제작 중이다. 인터뷰 당일에도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채색 과정 등 세부적인 부분을 남겨두고 있는데, 최종적으로 설치 작업이 어우러져야 하는 만큼 전체 작품은 전시 당일에서야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포스터도 이때 선보인다.
“앞으로 제 나름대로 전시 결과를 분석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구약과 신약, 또 한국교회의 신앙 이야기를 아우르는 구유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구유 전시를 통해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 성탄을 기다리며, 모두가 함께 조금 일찍 그분 맞을 채비를 하면 좋겠다”는 김 작가는 “성당마다 특색 있는 구유가 만들어지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리국립미술학교(ENSB-A) 조소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파리국립1대학(팡테옹-소르본느)에서 조형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술대학원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인천가톨릭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3전시실. ※문의 02-727-23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