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진과 핵 위험
지진 위험에 노출된 핵발전소, 정말 안전합니까?
포항·경주 포함된 동남부, 핵발전소 최대 밀집지역
규모 7 이상 지진 발생시 제2 후쿠시마 재앙 우려
국내 원전 대부분 6.5 수준 내진 설계… 대책 시급
“더 큰 피해 없기를…”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왼쪽 두 번째)가 11월 20일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시 북구 장성동 장량본당(주임 나경일 신부)을 찾아 본당 관계자들과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장량본당은 이번 지진으로 성당 내 붉은 벽돌로 조적한 부분이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박원희 기자
한반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포항 지진으로 ‘핵발전 안전 신화’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지 못하던 곳에서 상상치도 못하게 엄습해온 재난으로 인한 공포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에 이어 1년 새 기록적인 규모의 지진을 경험한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래도 핵발전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진 안전지대로 인식되며 핵발전 역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을 경험한 이들은 ‘핵발전’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포항 지진은 지난해 9월 12일 경주 지역에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이어 강도 면에서는 역대 두 번째지만 인적·물적 피해 규모는 경주 지진을 능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항 지진 진원의 깊이가 6~9㎞로 경주 지진의 진원 깊이 11~16㎞보다 얕아 피해가 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포항과 경주 지진이 모두 한반도 동남부 양산단층대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확신이 이제는 허황된 맹신이 됐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포항과 경주가 포함된 한반도 동남부는 핵발전소가 최대로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특히 포항 지진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월성핵발전소 단지는 불과 42㎞거리인데다 인근 울산, 부산의 고리핵발전소, 한울핵발전소 단지까지 무려 18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다.
여기에 지난 10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절차’를 거쳐 건설 재개가 결정된 신고리 5·6호기 등 신규 핵발전소 5개가 지어지고 있어 핵발전소 밀집지역에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날 경우 자칫 한반도 전역에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능가하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지진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발생할 수 있는 지진 규모를 7.5까지 예측하는 반면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내진 설계는 대부분 6.5에 맞춰져 있으며 건설 중인 신규 핵발전소는 7.0수준이다. 이번 포항 지진 규모 5.4에 대해서도 일부 전문가들이 더 큰 지진을 앞둔 전진(前震)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핵발전소 안전문제는 포항 지진 여파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가톨릭환경연대, 탈핵천주교연대 등 탈핵 관련 종교·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포항 지진 발생 이튿날인 11월 16일 ‘안전이 우선, 핵발전소 중단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내고 “한반도 동남부에 지진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핵발전소에 대한 전면적인 지진 안전점검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가를 통해 위험에 취약한 핵발전소는 조기 폐쇄를 추진해야 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 역시 중단한 뒤 안전성 평가부터 다시 하라”고 촉구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