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발전이 인류의 생존과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당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농성장.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한국교회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지방을 덮친 강진의 결과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발전이 인류의 생존과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독일을 필두로 한 유럽과 서구 국가들은 빠른 속도로 탈핵사회로 전환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경제논리에 가로막혀 과거에서 한 발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탈핵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기 중에만 5기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른바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로 이뤄진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은 그리스도인들이 갈 길이 얼마나 먼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더 이상 한반도가 핵발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1979년 3월 미국 스리마일 섬, 1986년 4월 구 소련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그리고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온 핵발전소 사고는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죽음의 땅으로 인류의 뇌리에서 지워진 체르노빌 등 국내외 핵발전소 사고 현장을 다녀온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핵무기는 이미 가공할 파괴력을 경험했기 때문에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면서 “이번 지진은 핵무기 만큼이나 무서운 핵발전소가 지닌 위험을 ‘안전’이라는 주문만으로 언제까지나 묶어둘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핵발전소는 단 한 번의 사고로 소생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을 하고도 ‘안전하다’는 주문만 외고 있는 것은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탈핵의 길에 앞장서고 있는 양기석 신부(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는 “우리나라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홍보는 우리를 파멸로 이끄는 악의 속삭임”이라며 “최대한 빨리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이 재앙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 한국교회가 걸어온 탈핵의 길
▲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 2011년 11월: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환경, 시민사회, 종교계를 포함한 70여 개 단체 참여) 확대 출범
▲ 2012년 1월: 동해안 탈핵 천주교 연대 출범(대구·부산·안동·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축)
▲ 2012년 1월: 밀양 송전탑 문제로 고(故) 이치우 어르신 분신, 밀양송전탑 대책위 구성, 부산교구 김준한 신부 대표로 활동
▲ 2012년 2월: 2차 독일 견학단 독일 방문. 독일 지자체에서 이뤄지고 있는 탈핵정책 중심의 견학. 주교회의 환경소위원회 위원과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활동가 12명 참가.
▲ 2012년 3월: 삼척 핵발전소 저지를 위한 생명평화 미사 봉헌
▲ 2012년 8월: 탈핵 범종교 생명평화 순례 참가
▲ 2013년 10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핵발전에 관한 한국 천주교회의 가르침’ 세미나 개최
▲ 2013년 11월: 주교회의 환경소위원회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 발간
▲ 2015년 9월: 한국교회 전국적 탈핵단체 ‘탈핵천주교연대’ 출범
▲ 2016년 9월: 한일 탈핵평화순례와 간담회 개최. 부산-고리-월성-영덕-울진-삼척-서울 순례.
▲ 2017년 4~5월: 탈핵천주교연대, 잘 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 참여
▲ 2017년 8월: 광주대교구 정평위 ‘탈핵 공동 행동의 날’ 개최
▲ 2017년 9월: 서울 응암동본당 등 참여하는 ‘은평탈핵연대’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 요구 시민선언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