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 연주대 앞에 선 이종명(오른쪽)·정한주씨 부부.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리자’는 생각에 봉헌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 주교좌성당에서 오래도록 주님을 찬미하는 도구로 쓰인다면 좋겠습니다.”
4년 5개월간 진행된 대구대교구 100주년 기념 주교좌범어대성당 오르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차질없이 오르간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종명(크리스토폴·대구 욱수본당 총회장)·정한주(오틸리아)씨 부부의 공이 크다. 지난해 오르간 기금 문제로 어려움에 부딪힌 교구에 이씨 부부가 봉헌의 뜻을 밝히며 나섰기 때문이다.
6000여 개 파이프로 구성된 범어대성당 오르간은 아름다운 음색을 자아내며 17일 첫선을 보였다. 이씨는 “수도원 미사에서나 외국 성당에서 들었던 오르간 연주보다 범어대성당에서 듣는 소리가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감탄하며 “이 아름다운 음색을 신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봉헌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구교우 집안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온 아내에 비해 이씨는 늦깎이 신자다. 불교 신자였던 부모님이 이씨보다 한해 일찍 세례를 받았고 이씨도 2007년 그 뒤를 따랐다. 이씨는 남들보다 늦게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는 마음에 본당에서 열심히 봉사하며 신앙을 몸으로 익혔다. 미사 전례에 꾸준히 참례하는 것은 물론 본당에서 주어지는 역할에도 최선을 다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봉헌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매일 성무일도를 바치는 등 기도생활도 꾸준히 했다.
“범어대성당 오르간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선뜻 ‘내가 봉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이후 2대리구 총회장단 모임에서 오르간 봉헌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느님께서 주신 기회에 응답하고자 아내와 뜻을 모으고 봉헌하게 됐습니다.”
오스트리아 리거사(社)에서 특별 제작한 범어대성당 오르간은 제작비만 27억 원이다. 이씨 부부는 제작비 전액을 봉헌했다.
이씨는 “20여 년 전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면서 “되돌아보면 지금껏 일어난 모든 일들이 하느님 섭리로 이루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