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주간에 만난 사람] 23년째 성경필사 이어온 부산 봉래본당 박세혁씨
“보고 쓰고 할 수 있을 때까진 매일 성경 만나고 싶습니다”
구약 11회·신약 24회 필사 마쳐
1989년 세례 후 통독은 99회째
벌써 23년째 성경필사를 하고 있는 박세혁씨. 박씨 앞으로 직접 필사한 공책들이 놓여져 있다.
“성경을 펼치면 하느님께서 ‘요셉 왔느냐’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 성경 필사를 하루라도 빠뜨릴 수 없죠.”
23년째 성경 필사를 하는 박세혁(요셉·82·부산 봉래본당)씨. 박세혁씨는 그동안 구약 11번, 신약 24번을 필사했다. 필사 노트만 292권. 1989년 세례를 받으면서 시작한 성경통독은 99회째이다. ‘하느님께서 오늘은 어떤 말씀을 내게 들려주실까?’하는 기대감이 있기에 성경필사 시간은 하루 중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작은 국밥집을 운영하며 쉬는 시간에 짬을 내 성경을 쓰다 보면 아프던 곳도 잊게 된다. 박씨는 말씀을 가까이하며 받은 은총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성경에 맛들이게 된 계기는 짧지만 강렬했다. 한 수도자에게 받은 카드에 적힌 성경 말씀이 박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례 받기 전이었습니다. 수녀님께 받은 카드에는 ‘모든 인간은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주님의 말씀은 영원히 머물러 계시다’(1베드 1,24-25)는 말씀이 적혀 있었습니다. 시의 한 구절이라 생각하고 암송하고 인생의 의미를 묵상했었죠. 아내의 권유로 예비신자 교리반에 등록하면서 성경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발견했죠. 그때부터 성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을 읽고 또 읽었다. 자연스레 성경을 열심히 읽는다는 소문이 본당에 퍼졌다. 이 소식을 들은 당시 본당 주임이던 권용희 신부가 박씨에게 성경 필사를 권했다. 그렇게 통독에 필사를 더했다.
박씨의 아내 박해임(마리아·82)씨는 “남편이 성경을 가까이해서 그런지 속이 깊고 삶에 모범을 보이는 사람”이라 소개하며 “이웃에서도 평판이 좋아 선교한 이들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남편 이야기에만 열중했지만 선교한 이들만 20명이 넘고 성가정 축복장도 받는 등 부부가 함께 신앙생활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눈도 침침하고 관절이 좋지 않아 앉아 있는 것도 힘들지만 볼 수 있고 쓸 수 있는 동안은 성경을 가까이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성경을 읽고 쓰다 하느님께서 부르시면 ‘예’하고 대답하고 하늘나라로 가야죠. 이런 것이 노후준비가 아닐까요?”
신동헌 기자david983@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