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갤러리 1898’, 소장품 무료 대여 사업 시작
“교회 작품 ‘나눔’이 복음화 열매 되길”
원하는 곳에 작품당 2년씩
복지관 등 교회기관에 우선권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 기대
정웅모 신부가 서울 명동 갤러리 1898에서 갤러리 소장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 명동 ‘갤러리 1898’(담당 정웅모 신부, 이하 갤러리)이 소장 중인 예술작품을 다양한 기관단체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갤러리는 내년 1월 1일부터 신자들이 보다 폭넓게 교회미술품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무료 소장품 대여 사업을 시작한다. 교회기관 등지에서 각종 작품을 무상으로 빌려가 일정 기간 소장, 전시 후 갤러리에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원하는 기관들은 각 작품당 2년씩 대여할 수 있다.
갤러리는 각종 사회복지기관 등 문화예술품을 소장하기 쉽지 않은 교회 기관에 우선 대여 기회를 줄 방침이다. 공식 사업 시작에 앞서 갤러리는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특수사목·원로사제 사제관인 최양업관에 시범적으로 작품 20여 점을 대여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갤러리 담당 정웅모 신부는 “지난 20여 년 동안 갤러리를 사랑해준 신자들과 교회에 보답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사랑은 새로운 복음화의 열매’를 주제로 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2018년도 사목교서에 따라 하느님의 사랑을 보다 폭넓게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2000년 가톨릭회관 1층 작은 공간을 터서 문을 연 갤러리는 교구 지원은 물론 작가와 관람객 등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지하 1898 광장에 전시실 세 개를 갖출 정도로 성장했다.
갤러리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작품 대여 시스템을 만들고, 2020년 개관 20주년을 더욱 의미 있게 준비하기 위해 전문 위원회도 꾸릴 예정이다.
갤러리 소장품 300여 점 중 대부분은 관람객이나 작가 등이 기증한 작품이다. 지난 9월에는 고(故) 엄혜실(안젤라) 작가의 지인들이 각자 소장하고 있던 엄 작가의 작품 11점을 기증했다. 10월에는 익명의 사진작가가 국내 성당과 성지를 찍은 사진 파일 1000여 장을 기증하기도 했다. 회화는 물론 조각, 판화 등 소장 작품 장르도 다양하다.
정웅모 신부는 “많은 작가들이 갤러리에 작품을 기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과 작품의 가치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라면서 “작품을 단순히 쌓아 두는 것은 기증한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갤러리는 작품 대여 사업을 통해 교회 내 기부 문화도 확산될 것을 기대한다.
정 신부는 “교회 갤러리는 일반 상업 갤러리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문화 나눔을 통해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특히 정 신부는 “갤러리 소장품은 향후 가톨릭 미술관을 건립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면서 “갤러리를 방문하는 분들을 비롯해 더 많은 이들이 작은 후원이나 기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의 02-727-2336~7 서울 명동 갤러리 1898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