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글쎄 김조광수(51)라는 분과 김승환(32)이라는 남자 두 분이 혼인 신고서를 서대문구에 제출했는데 받아 주지 않는다고 소송을 걸었네요. 그런데 법원에서 각하결정 했다고 합니다. 이거 원 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남자들끼리 이렇게 사랑하는 걸 천주교에서는 허용하나요?”
백 신부는 베드로의 질문이 너무 난감하고 어이가 없어서 신문을 받아들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소리를 꽥 지른다.
“아니 이거 봐요! 이 신문 2016년 5월 거잖아요. 지금이 어느 땐데 오래된 신문을 들고 와서 이런 곤란한 질문을 하는 겁니까?!”
깜짝 놀란 베드로가 입을 삐죽이며 구시렁댄다.
“아니 뭐, 아침에 출근하다가 신발장에 깔려 있기에 그냥 꺼내보니 신기해서 들고 왔는데… 그걸 가지고 신부님이라는 사람이 신자 보고 소리를 지르고… 이거 무서워서 어떻게 출근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곤란한 질문에 난감해지고, 성질머리 급한 걸 드러내는 바람에 더욱 난감해진 백 신부가 슬슬 진압 작전에 들어간다.
“하하 베드로씨 놀랬죠? 사실 제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데… 이 기사 자체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교회 매체에서 다루기가 영 쉽지가 않습니다. 심지어 사회교리 서적을 이리저리 뒤적여보아도 딱히 동성애나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에 대해 속 시원히 풀어 놓은 교리서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원칙이야 있지만 원칙대로 이야기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받게 될 것이고, 시대를 앞서가자니 교회 권위에 도전하는 이단아가 되어서 뼈도 추리기 힘들 것 같고… 이거 그냥 안 본 걸로 하고 넘어가면 안 될까요?”
‘딱 걸렸네, 딱 걸렸어! 아니 이럴 수가 백 신부님이 드디어 말씀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았다 이 말씀이지. 좋았어, 계속 밀어 부쳐야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른 베드로가 말한다.
“아니, 신부님. 신부님께서 이런 걸 모른다고 하시면 어떡합니까? 동성애 문제 같은 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데… 피하기만 한다고 될 일입니까?! 한 번은 짚고 넘어가셔야 할 일 아닙니까? 저 오늘 답 듣지 못하면 집에 안 갑니다.”
백 신부가 곤란한 얼굴로 신문을 보다가 베드로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말한다.
“베드로씨 이렇게 합시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갑시다. 뭐랄까, 함께 공부한다고나 할까요? 사실 이 주제는 너무 예민해서 이런 자리에서 다루기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교회의 정통 교리와 현대 사회에서 제기되는 현실적 문제, 사목 대상으로서의 성 소수자에 대한 배려 등 여러 부분들을 차근차근 짚어 가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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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
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마산교구 사회사목 담당, 마산시장애인복지관장, 창원시진해종합사회복지관장, 정의평화위원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