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교회사목 결산
가난한 이들의 교회로… 세상 속 복음화에 응답했다
우리말 새 미사 경본으로 전례
1년간 ‘평신도 희년’ 지내며 신앙 성숙과 쇄신의 시간으로
올 한해 3명의 주교 임명 ‘경사’
탈핵… 에너지 정책 전환 요청
“낙태죄 폐지 반대” 한목소리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촛불혁명’은 2017년, 결정적인 정치·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대통령이 당선됐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 몸담고 있던 한국교회는 쇄신과 변화라는 시대적 요청이 교회를 향해서도 주어지고 있다는데 공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래 지속적으로 ‘선교적 교회’로의 쇄신을 요청해왔다. 한국교회 또한 이러한 사목 지침을 실천하며 이미 자기 쇄신의 여정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변화는 그 쇄신 여정을 더욱 재촉했다.
12월 3일 대림 제1주일부터 우리말 새 로마 미사 경본 사용
■ 성숙한 신앙을 위해서
한국교회는 1975년 첫 우리말 「미사 경본」을 펴낸 뒤 무려 42년 만에 우리말 새 로마 미사 경본을 새로 펴냈다. 대림 첫 주일인 12월 3일부터 공식 사용한 새 미사 경본은 신자들이 형식적인 참례에서 벗어나 전례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데 원칙을 두고 발행했다.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이단, 특히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공격적인 선교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한국교회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2월 주교회의는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산하에 ‘한국 천주교 유사종교 대책위원회’를 결성했고, 이후 각 교구별로 대책위를 설치하거나 전담 사제를 임명하고 예방 교육에 나섰다.
한국교회 미래 사목의 대안으로 추진된 소공동체는 올해 도입 25주년을 맞았다. 서울대교구 사목국이 8월에 발간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서울대교구 소공동체 25주년 평가와 전망을 위한 기초 자료 수집 설문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소공동체가 복음 선포와 전례, 친교, 봉사 등 복음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보완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 쇄신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
때마침 맞은 ‘종교개혁 500주년’은 개신교는 물론 500년 전 개혁의 대상이었던 가톨릭교회에도 현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가톨릭과 개신교는 한 해 동안 다양한 행사와 학술회의 등을 공동으로 마련했다.
평신도들이 주축이 돼 펼치는 실천운동 ‘답게 살겠습니다’는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종교계뿐만 아니라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됐다.
3월 30일 공직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중구청이 선포식을 열었고, 5월 7일 종로구청도 동참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전국 신자 공무원 3000여 명이 전남 여수에서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에 동참할 것을 선언했다.
대전교구는 12월 8일 대전 대흥동 주교좌성당에서 교구 시노드 본회의 개막미사를 거행했다. 대전교구는 2019년 4월까지 ‘순교’, ‘사제’, ‘평신도’ 등 세 가지 주요 의제를 중심으로 전 교구민이 교구 쇄신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주교회의는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11월 19일부터 내년 11월 11일까지를 ‘평신도 희년’으로 선포했다. 평신도 희년 역시 평신도들 스스로 신앙과 삶의 괴리, 미성숙한 신앙을 극복해 세상 안에서 참된 복음화의 사도로 바로 서도록 하는 자기 쇄신의 기회다.
월 11일 7대 종단 여성 대표 ‘어머니답게 살겠습니다’ 운동 선포식
■ 생태 환경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후 탄력을 받은 교회 환경운동은 2016년에는 제도와 구조의 정비, 일선 본당에서 환경운동의 토대를 다지는데 주력했다. 2017년에도 큰 행사나 단발성 이벤트보다는 내실을 다지기 위한 연구 조사와 교육 등에 더 집중했다.
‘탈핵’은 2017년 환경운동에 있어서도 가장 큰 이슈였다. 크고 작은 탈핵 관련 행사들이 사회 곳곳에서 이어졌고, 특히 탈핵천주교연대가 추진한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은 짧은 기간 동안 10만여 명의 서명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탈핵을 에너지 정책의 기조로 내세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탈핵에 대한 실제적 희망도 엿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첫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 가동이 영구 정지됐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3개월간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권고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6월 5일 환경의 날 담화를 통해 핵발전뿐만 아니라 4대강 복원과 석탄 화력 발전 축소, 친환경에너지로의 에너지 정책 전환 등을 요청했다.
4월 10일 탈핵천주교연대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
■ 생명과 가정
일부 여성계를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 국민 청원이 이뤄지면서 낙태에 대한 격렬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11월 21일 ‘낙태죄 법안 폐지 논란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을 통해 “임신으로 겪는 여성들의 어려움을 낙태를 허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선 안된다”며 “생명존중에 대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이며 명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회는 12월 3일부터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한국교회는 2018년 2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법의 올바른 이행을 위한 제도적 장치, 교육과 지침 마련에도 나섰다. 또한 주교회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관한 지침과 해설’을 마련, 춘계 정기총회에서 공식 승인했다.
2월 3일 시작한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한국교회도 올해 11월 19일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지내며 가난한 이들과의 만남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자비의 희년’ 폐막 때, “가난한 이들은 복음의 중심에 있다”면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선포했다. 특히 각 교구 주교단은 북한이탈주민, 이주노동자, 미혼모, 독거노인 등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직접 찾아가 이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했다.
아울러 올해에도 한국교회에서는 3명의 주교가 새로 탄생했다. 김선태 주교는 전주교구장에 임명됐다. 또 제주교구 부교구장에 문창우 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구요비 주교가 동시에 임명됐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의 현직 주교는 추기경 1명과 대주교 2명을 포함해 총 27명이 됐다.
서울대교구는 바티칸 박물관에서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바티칸 특별전을 열고, 보편교회 안에서 더욱 높아진 한국교회의 위상을 널리 드러냈다. 바티칸 박물관 기획전시관인 브라치오 디 카를로마뇨 홀에서 9월 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진행한 바티칸 특별전에는 관람객 2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바티칸라디오 한국어판 운영 역시 한국교회의 위상을 재확인해주고 있다.
평양교구는 올해 교구 설정 90주년을 맞아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기념사진전 개최, 「평양교구 사진집」 발간 등의 기념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평양교구는 교구 재건에서 더 나아가 북한 복음화를 향한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11월 19일 서울대교구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모습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