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참혹한 테러와 분쟁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세계교회는 테러 희생자들과 분쟁 등으로 고향을 등진 난민과 이주민을 위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화를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 서임, 사목방문 등을 통해 교회의 변방에 관심을 기울였다. 또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제정하고 기념해 교회는 가난한 이를 우선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 세계교회의 이모저모를 테러와 난민·이주민, 교황청 개혁, 파티마 성모발현 100주년, 교회 변방에 대한 관심 등의 키워드로 되돌아본다.
8월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한 승합차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 CNS 자료사진
■ 연이은 테러에 희생자 위로
2017년 새해 첫날부터 터키 이스탄불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이날 새벽 이스탄불의 한 클럽에서 테러 총격이 발생해 최소 39명이 목숨을 잃고 70명이 다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평화의 날’에 발생한 이 테러에 대해 “행복과 희망을 빌어주는 밤이 잔인한 테러 행위로 물들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어 교황은 “피로 물들이는 테러가 이 세상에 공포와 혼란의 그림자를 드리운다면서 “테러라는 골칫거리에 대항해 용기 있게 소매를 걷어붙이는 모든 선의의 백성들을 지원하도록 주님께 요청하자”고 당부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테러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1월에는 캐나다 퀘백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고, 2월에는 파키스탄과 이라크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3월에는 영국 런던 차량 테러, 5월에는 카불 폭탄 테러, 8월에는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총기 테러, 스페인 바로셀로나 승합차 테러로 몸살을 앓았다. 10월에는 소말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미국 뉴욕 등지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특히 이집트는 4월 카이로 북부 콥트교회에서 자행된 폭탄테러를 비롯해 5월 콥트교회 신자들이 탄 버스 공격, 11월 시나이반도 이슬람 사원 폭탄·총기 테러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 교황은 4월 28~29일 테러 위협을 무릅쓰고 이집트를 사목 방문해 이집트 국민들을 위로하고, 이슬람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1월 25일 백악관 앞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인권적 이민 정책 반대시위. CNS 자료사진
■ 난민·이주민에 대한 지속적 관심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부터 업무를 시작한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이하 인간발전부) 내 난민·이주민국을 직접 감독하는 등 난민과 이주민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황은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 담화를 통해서도 “가난하고 착취와 소외로 고통받는 이들, 고향을 떠난 난민들은 인간의 존엄이 십자가형에 처해지는 가슴 무너지는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인간발전부는 지난 8월, 급증하고 있는 이주, 특히 전쟁과 빈곤으로 발생하는 강제 이주에 대한 사목적 관심을 표명한 ‘난민과 이민을 위한 20가지 사목 행동 지침’과 ‘난민과 이민을 위한 20가지 행동 지침’을 발표했다.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라는 네 개의 표제어를 통해 이민과 난민 문제와 관련해 교회와 국제공동체가 실천할 최선의 실천 내용을 담은 지침이었다.
특히 교황은 11월 27일부터 12월 2일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사목방문해 미얀마 정부와 국제사회에 박해받고 있는 로힌자(Rohingya) 족 난민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직접 로힌자 난민을 만나 위로했다. 교황은 “오늘날 신의 존재는 ‘로힌자’라고도 불린다”면서 로힌자 족을 박해한 모든 사람을 대신해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교황청은 현재 시대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조직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CNS 자료사진
■ 교황청 개혁 계속 추진
지난 한 해 동안 교황청 조직의 간소화와 교황청 권한의 지역교회 이전 등 교황청 개혁 작업도 계속됐다. 교황과 9명의 자문 추기경으로 구성된 추기경위원회(C9)는 두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열고 교황청 개혁을 논의했다. C9 추기경들은 주교 선출 과정에서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의 의견을 더욱 폭넓게 반영할 것을 제안했고, 교황청 법원과 인류복음화성, 동방교회성, 종교간대화평의회 등 교황청 부서의 현황 등을 논의했다.
특히 C9 추기경들은 지난 6월 교황에게 교황청 부서에 부여된 권한을 지역 주교 혹은 지역 주교회의에 넘길 것을 건의했으며, 교황은 이를 ‘건전한 권한 분산’이라며 환영했다. 이에 따라 각 지역교회들은 전례서들의 번역과 추인을 위해 더욱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교황은 지난 9월 9일 자의교서 「큰 원칙」(Magnum Principium)을 발표, 전례의 적응과 번역 문제에서 “교황청 경신성사성과 지역 주교회의 사이에서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완전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깨어 있고 창의적인 한결같은 협력”을 하는 관계를 서로 확립하도록 요구했다.
5월 12일 열린 파티마 성모발현 100주년 전야기도회 시작에 앞서 파티마 성모상을 들고 행진하는 신자들. CNS 자료사진
■ 파티마 성모발현 100주년
올해는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성모가 발현한 지 100주년 되는 해였다. 세계 교회는 ‘파티마의 목동’ 2명의 시성과 함께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을 기념했다.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을 맞아 포르투갈 파티마에는 50만 명의 순례객이 모였고, 교황도 5월 12~13일 파티마를 사목방문해 그 의미를 더했다.
교황은 ‘평화를 위한 기도의 상징’인 파티마의 성모 발현 100주년을 맞이해 철야기도와 성모 발현을 목격한 두 목동의 시성을 통해 희망과 평화의 복음을 전했다. 100주년 행사의 절정은 성모 발현을 목격했던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 남매의 시성식이었다.
교황은 5월 13일 시성식에서 “이들 남매가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모든 것을 주님께 바쳤다”면서 “아픈 이들은 질병을 삶의 선물로 여기며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교황은 파티마 성모의 메시지는 “무신론적 삶과 신성모독에 대한 경고였다”면서, “이러한 삶은 우리를 지옥으로 이끌며, 성모는 우리 안에 있는 하느님의 빛이 우리를 보호하고 계시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오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앞둔 11월 16일 성 베드로 광장에 있는 무료 이동진료소를 방문해 대기하던 환자와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 교회의 변방으로
교회 변방에 대한 교황의 관심과 배려는 올해에도 계속됐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이 소수인 불교국가 미얀마와 이슬람국가 방글라데시를 찾았다. 즉위 이후 3번째 아시아 방문이었다.
변방에 대한 교황의 배려는 추기경 서임에서도 나타났다. 교황은 올해 5명의 추기경을 서임했는데, 스페인 바르셀로나대교구장 후안 호세 오멜라 추기경 외에는 아프리카 말리와 아시아의 라오스, 남미의 엘살바도르, 유럽의 스웨덴에서 추기경을 뽑았다. 이들 나라는 서임 당시 추기경이 없거나 처음으로 추기경을 배출했다. 교황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새 추기경이 임명된 것은 가톨릭교회가 온 세상에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라오스 팍세대목구장 링 망카네코운 추기경은 라오스의 첫 추기경이 됐다. 불교국가인 라오스의 가톨릭 신자는 인구의 1%도 되지 않는 4만6000명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교구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 추기경은 루터교 신자였다가 20세에 개종한 전력이 있다.
이밖에도 세계교회는 올해 11월 19일 처음으로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기념하며 이주민과 난민,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눴다. 또 교회는 피조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기후변화 대처와 환경보호에 적극 나섰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