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유일 시각장애인 학교 충주성모학교… 26~29일 ‘우리들의 시선 展’
마음과 손끝으로 빚은 저희 ‘꿈’ 보이나요?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초등생부터 중년학생까지 참여 조각·회화 등 100여 점 전시
전시를 앞두고 미술실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충주성모학교 학생들. 이지은 지도교사(맨 오른쪽)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시선’(視線)은 다양성으로 설명된다. 저시력 상태에서는 초점이 명확치 않은 시야일 수 있고, 시력을 모두 잃은 경우에는 그 시선이 손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내 유일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충주성모학교(교장 이민경 수녀)가 12월 26일부터 교정 내 빛의 홀에서 마련하는 제7회 옥보을 & 소통 한마당 ‘우리들의 시선 전(展)’은 이러한 마음과 손끝으로 빚어진 시선을 ‘꿈’으로 드러내고 세상과 소통하는 자리다.
전시는 도예·금속공예·조각·회화 등 다양한 장르 안에서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에서처럼 학생들이 학교와 교실, 친구, 교사들과의 관계 안에서 느끼는 ‘시선’들이 여러 재료 안에서 작품으로 형상화됐다.
이번 전시에는 초등학생에서부터 중도 장애로 입학한 중년 학생들까지, 60여 명 전교생이 참여했다. 특히 눈으로 감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느끼며 학생들 마음속 시선을 따라 가는 기회로 눈길을 끈다. 그간 학생들은 미술 수업시간을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다듬어 왔다.
2007년부터 격년 형식으로 열리고 있는 전시는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성취감, 장애 극복의 기회가 되고 있다. 올해는 교내에 전시장을 꾸미고 전시기간 동안 학교를 개방한다. 찾는 이들이 작품 관람과 더불어 시각장애 학생들의 교육 현장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성탄’의 의미가 좀 더 각별한 시각장애 학교 입장에서 성탄 행사와 더불어 준비된 점도 주목된다. 그런 만큼 이번 전시에서는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고대하는 희망의 손끝이 느껴진다.
조각작품 ‘완성하지 못한 집’을 출품한 신현빈(요한 사도·고2)군은 “앞으로 미대에 진학할 꿈이 있다”면서 “시각장애인들이 미대에 가는 사례가 드문데, 꼭 합격해서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고 전시 소감을 말했다.
학생들에게 전시는 나눔과 대화의 의미가 크다. 졸업으로 이번 전시가 마지막이라는 허임범(전공 2반·20)씨는 “내 작품이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생각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고 전했다. 공직 생활 중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장익순(60)씨는 “중도 실명자들의 경우 점자교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도자 작품을 통해 ‘노력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느끼는 바를 미술로 표현할 수 있음을 전시를 통해 알아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민경 수녀는 “솜씨와 모양이 다 다르지만, 학생들의 그림과 조각에는 그들의 꿈과 열정이 들어있다”면서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만든 작품을 보며 시각장애인의 생각과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충주성모학교는 1955년 메리놀외방선교회 조셉 보러 윌버(Joseph Borer Wilbur·한국명 옥보을) 신부가 설립했다. 충주성심맹아 학원이 전신이다.
전시는 29일까지.
※문의 043-852-1374, 043-843-1384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