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가톨릭신문 창간 91주년을 맞는 해다. 사회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할 헌법 개정이 추진된다.
교회 안팎으로 맞는 격변기에 가톨릭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향한 여정에 새롭게 나선다. 그 길에서 높이 치켜들고자 하는 깃발에는 ‘평화’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에 짙게 드리운 전운은 사그라질 줄 모르고 더 큰 폭풍의 눈으로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그림자를 쓰러뜨리고 한반도에 평화를 불러올 일차적인 책임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있다. 그 맨 앞자리에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주님의 제자이기에 질 수밖에 없는 십자가며 소명이다.
당장이라도 타오를 듯한 전화(戰禍)의 숲을 헤쳐 나가야 할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갖춰야 할 무기도 ‘평화’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여있는 평화는 무뎌질 대로 무뎌지고 녹까지 쓴 모습이다.
그 책임 또한 우리 자신에게 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시대의 징표’에 민감하지 못했고 ‘시대의 아픔’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십자가가 고스란히 고통이 돼 한반도를 짓누르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옥죄고 있다.
이제 다시 평화의 무기를 벼려야 할 때다. 과거에 묻혀 있어서는 썩어 스러질 일만 남는다. 깊게 파고든 녹을 떨어내고 뜨거운 불로 달궈야 한다.
가톨릭신문은 그 길에서 평화의 바람을 일으킬 조그만 ‘풀무’가 되고자 한다.
어느 누구도 주님의 사랑에서 제외되지 않듯이 세상 모든 이가 빠짐없이 함께 누려야 할 평화, 그 길에서 ‘평화의 바람’이 되고자 한다.
이 땅에 ‘평화의 바람’을 불러오기 위한 첫 걸음으로 특별기획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마태 5,9)을 마련한다. 이 기획을 통해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평화의 참 의미를 되새기고 주님께서 주시는 참 평화를 맛들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아가 ‘평화의 사도’로 불림 받은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을 확인하고 평화의 길로 나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모든 민족들에게 성문이 언제나 열려 있는 도시 (…) 그 도시를 이끄는 군왕은 평화이며,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다스리는 원칙은 정의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제51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중)
하느님 나라가 올 때까지 인류가 누리고 만들어가야 할 ‘지상의 평화’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질서를 추구할 때 날마다 조금씩 이룩된다. 모든 이가 평화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기꺼이 그 십자가를 질 때 비로소 꽃필 수 있는 것이다.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통해 특별히 ‘이민과 난민 : 평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둘 것을 호소한다.
2250만 명의 난민을 포함한 2억5000만 명이 넘는 전 세계 이주민들의 존재는 우리 시대에 평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청하고 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주님께서 주신 평화는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전인미답의 길로 그리스도인들을 이끈다. 흔쾌히 그 길을 달려갈 수 있는 것은 그 길 끝에 주님께서 서 계시기 때문이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