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우창씨가 12월 20일 서울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 무대에서 공연에 앞서 한 대목을 연기하고 있다. 심씨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신앙으로 배우 생활을 버텨왔다”고 밝혔다.
“하느님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야죠.”
지난 40여 년간 연기 인생을 살아온 배우 심우창(세베로·71)씨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하느님의 부르심’이라고 느껴진 것을 두 번이나 거절했었다. 모두 방송 출연 등의 이유였다.
그는 “돌아보니 모두 핑계였다”면서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등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좋은 봉사 기회였는데 아쉬웠다”고 밝혔다.
심씨에게 신앙은 굴곡 많은 배우 인생을 치유하는 힘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며 어리석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면서 신앙을 갖게 된 후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아니라 ‘영혼의 행복감과 충만함’으로 내면이 치유되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다.
“연기 할 때 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하느님을 닮아가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한 거 같아요.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면서 저도 조금씩 변했습니다.”
세례를 받게 된 건 국립극단 활동을 그만두고 나서 밀려온 외로움 때문이었다. 부유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배우 생활을 하며 삶에 굴곡이 생겼다고. 특히 극단 활동을 그만두고 방송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 중간 중간에 생기는 공백 기간을 견디기가 제일 힘들었다. 그럴 때 하느님을 알게 됐고 신앙에 의지했다.
10여 년 전엔 배우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구멍가게를 운영할 때에는 성경이 가장 큰 힘이 됐다. 당시 영화 ‘타짜’를 비롯해 사극 등에서 단역을 맡았던 그는 촬영 일정이 끝나면 가게로 돌아와 닭꼬치를 만들어 팔았다. 2년 내내 적자였지만 심씨는 “그 좁은 곳에 갇혀 있으면 무료할 때가 많았는데 그 때 성경을 많이 읽었다”면서 “하느님께서 이끄신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로 지난 세월을 버텨온 그는 1969년 중앙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하고 1973~1986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한 ‘베테랑’ 연기자다. 2000년부터 KBS ‘태조 왕건’을 비롯한 사극을 통해 더욱 폭넓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서울가톨릭연극협회 창단공연 ‘요셉 임치백’에서는 배우 최주봉(요셉)씨와 임치백 역에 더블 캐스팅돼 연기를 펼쳤다. 지난해 12월 성탄 시기에는 서가연 주관으로 열린 장애인, 노숙자 등을 위한 무료 연극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열연을 펼쳤다.
2008년부터 10여 년 동안은 전국 각지를 돌며 350여 차례 걸쳐 모노드라마 ‘예수님을 만난 대장장이 이야기’를 공연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매단 ‘못’을 만든 대장장이의 고백을 담은 작품으로, 섭외부터 연기까지 심씨 혼자 도맡아 했다. 올해 1월 초부터 다시 공연할 본당 등을 섭외하러 다닐 예정이다.
그는 “‘예수님을 만난 대장장이 이야기’는 제 신앙 성숙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작품이자 현재 저를 붙들어 주고 있는 작품”이라면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제 연기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주님을 놓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서가연과 함께 연극으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