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향 작가가 12월 30일 서울 수색성당 교리실에서 성모 마리아를 궁중장식화 기법으로 그린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하느님께 온전히 저를 바치려고 합니다.”
전미향(아녜스·57·서울 수색본당) 작가는 3년 전부터 하느님께 받은 탈렌트를 이웃과 나누기 위해 무료로 민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며 정작 자신만의 시간은 갖지 못해 답답해하는 친구를 위해 민화를 가르쳐 준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주변 사람들이 알음알음 수업에 참여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서울 수색성당 교리실에서 민화 수업을 무료로 진행한다. 수업에는 본당 신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
그는 평일에는 국제평생교육원 등에서 민화 수업을 진행하는 전문 강사다. 경희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6년 전 우연히 한 중고서점에서 민화와 관련된 책을 보고 민화에 푹 빠졌다. 특히 민화 중에서도 섬세한 붓질과 고급스러운 색감이 특징인 궁중장식화를 똑같이 따라 그리며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그가 그린 민화는 모두 100여 점 정도다.
“민화를 그리다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주부들이 취미로 민화를 많이 그리는 이유입니다. 민화를 배우면서 우울증을 치료하고 세례를 받은 학생도 있었어요. 이런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고 더 열심히 봉사하고 싶어집니다.”
그가 학생들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도 민화를 그리면서 마음을 다잡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시댁의 모든 재산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였다. 그는 “당시 삶이 무섭고 힘들었다”면서 “민화를 그리면서 가족을 위한 기도를 참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때부터 민화는 그에게 또 하나의 ‘기도’가 됐다.
그는 한지 위에 민화를 그리기 전에 먼저 민화 내용과 관련한 기도 제목을 정한다. 그리고는 붓질 한 올 한 올에 기도를 담아 작품을 완성한다.
학생들에게도 기도를 하면서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친다. 세례를 받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기도를 강요하기보다 ‘하느님께 기도하니 참 좋더라’고 알려준다.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제 탈렌트를 온전히 하느님께 바치고 싶다”면서 “성경에 있는 내용을 민화로 그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