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 후 낯설게 다시 시작한 신앙생활이었지만, 감사하게도 제게는 선물 같은 인연들과 시간들로 지금은 제 나름대로 하느님을 더 알고 만나고자 하는 시간들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정에 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여름과 겨울이 되면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친구들을 피정에서 만나고, 청년들과도 만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나이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나는 시간은 매 순간 새롭고 즐겁습니다. 더군다나 같이 하느님을 믿고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과의 만남은 정말 큰 설렘으로 제게 다가옵니다. 같이 이야기 나누고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시간들은 하느님을 만나가는 저의 여정의 큰 원동력이 됩니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요즘 가장 많이 나누고 있는 이야기를 이곳에서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각 단체의 장을 맡고 있는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는 시간에 “나는 내년을 고민한다”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분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대부분 ‘지쳐서, 상처받아서 내년엔 더 이상 봉사를 하지 않겠다, 취업 준비, 직장생활 등으로 시간에 쫓겨 본당활동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고, 심지어 ‘성당에 나오는 것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서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에 힘을 얻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초등부 졸업피정, 중고등부 피정, 고등부 졸업피정에서도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곤 합니다. ‘늘어난 학업부담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로 내년부턴 주일학교에 나오는 게 어려울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곤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던 아이들도 피정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더 반짝이는 눈으로, 그리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하느님과 알아가는 시간에 진지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저 또한 매주 성가대연습을 가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일엔 약속을 잡지 않고, 때론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본당, 교구 봉사자들이 그러하듯 제가 선택한 봉사를 위해 다른 것들을 잠시 접어두거나 포기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점들이 가끔 부담스럽고 어렵기도 합니다. 유혹에 흔들릴 때도 많이 있습니다.
고민하고 갈등하는 저희들을 세상에선 미련하게 보기도 합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다른 중요한 게 정말 많은데…. 그건 나중에 안정되고 나서 해도 충분하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제 주위에 있는 좋은 신부님들, 신앙생활의 선배들,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은 조금 미련해져도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내보자고 합니다. 마음을 조금 더 높은 곳에 두고 세상과 하느님을 분리하지 않고 살자고 얘기합니다. 내 삶이 힘들 때 혹은 안정될 때 찾는 하느님이 아니라, 늘 하느님 안에 살고 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제 올 한해의 목표입니다. 어렵지만 하느님께서 주실 평화는 세상에서 줄 수 없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