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태석 신부님을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제34회 부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학위수여식에서 아프리카 남수단 출신 유학생 토마스 타반 아콧(33)씨는 故 이태석 신부를 생각하며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태석 신부의 초청으로 한국으로 유학 온 아콧씨는 1월 15일 오후 3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6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 이날 학위수여를 통해 아콧씨는 이태석 신부와 약속했던 의사가 되어 수단의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약속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아콧씨와 이태석 신부의 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간다. 아콧씨는 남수단 톤즈에서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에 다니며 세례를 받고 성당에서 봉사도 했다. 그러던 중 이태석 신부가 톤즈에 선교를 오면서 복사를 맡았고 그 인연으로 의료 봉사와 음악동아리에도 함께 했다.
아콧씨는 “이태석 신부님과 미사 후 대화를 나누며 의사의 꿈을 키워갔다”며 “신부님은 항상 톤즈의 청년들에게 꿈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태석 신부의 추천과 수단어린이장학회의 도움으로 2009년 입국한 아콧씨는 존 마옌 루벤(31)씨와 함께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2012년 인제대 의대에 입학했다. 루벤씨는 내년에 졸업한다. 아콧씨는 2년여 동안 한국어를 배웠지만 공부하는 동안 언어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영어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사투리는 알아듣는 것도 힘들었고 또 한자로 된 의학용어들이 많아 버거웠습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겨우 따라갈 수 있었죠. 정말 힘들었지만 이 신부님이 저를 믿고 한국으로 불러주셨기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아콧씨는 힘들 때면 박영진(요한·80·부산교구 봉래본당)·김창순(안나·76) 부부를 찾아갔다. 하룻밤 머물며 미사도 함께 참례했고 큰 힘을 얻었다. 박영진ㆍ김창순씨 부부는 아들 박진홍 신부(대전교구 대흥동본당 주임)의 부탁으로 아콧씨와 루벤씨를 돌봤다. 이태석 신부가 선종하기 전 친분이 있던 박진홍 신부에게 유학생들을 돌봐줄 것을 부탁했고 박 신부는 이들이 인제대에 합격하자 부산에 있는 부모님께 돌봐줄 것을 부탁한 것이었다.
박영진씨는 “톤즈 아들들에게 하느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이태석 신부님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어 나눔의 삶을 살아주길 당부했다”며 “항상 격려하고 신앙생활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늘 부족했다”고 말했다.
아콧씨는 외과를 전공할 계획이다. 고향에서 가장 필요한 의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졸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죠. 그래도 최선을 다해 실력 있는 의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곳에서 이태석 신부님만큼은 아니지만 봉사하며 사랑을 전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