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본당 청년성가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원이 엄청 많지도 않고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없지만 즐겁게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이런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건지 지난해에 안양대리구 초등부 견진성사에 성가대로 초대받았습니다. 큰 미사에 저희가 성가대로 함께 할 수 있었음이 너무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올해도 같은 미사를 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제 실수로 준비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인원으로 함께 가서 아이들의 견진을 축하해주고 싶은데 여러 이유로 본당 성가대에선 함께 할 수 있는 인원이 너무 적었습니다. 취업준비, 사회초년생으로서의 직장생활 등 청년들의 불안정한 생활패턴에 갑작스러운 일정은 큰 부담이었기에 너무 이해되었지만 미사 성가 준비가 너무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찬양 봉사를 함께 한 분들, 피정봉사를 함께 했던 이들까지 교구활동을 하며 알게 된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다들 각자의 바쁜 일정들이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초대해줘서 고맙다’, ‘재밌게 잘해보자. 걱정하지 마라’며 단번에 함께 해주기로 약속해줬습니다. 몇몇은 저녁에 청년미사를 가야 해서 대리구 미사를 마치자마자 본당으로 돌아가야 했음에도 기꺼이 와준 분들도 계셨습니다. 다른 일정이 있고 시간이 맞지 않았던 분들도 함께 기도해준다며 응원을 해줬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모였고, 짧은 연습이었지만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담아 축하하기 위해서라는 마음을 모아가며 미사를 함께 했습니다. 마치고 난 후 서로 주고받은 연락 속에서도 미사 속에서 찬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이야기,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이들이 이렇게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소리로 하나 될 수 있음이 기뻤다는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벅찬 따뜻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자기 일에만 바빠서 성당일은 관심 없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요즘 저희는 무엇 하나 안정된 것 없는 현실에서 부딪치면서 많은 선택의 기로에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저희만의 진지함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일에 마음 다해 힘을 쏟기도 합니다.
이날 저희가 만났던 견진대상자 아이들도, 요새 겨울 청소년 피정을 함께하며 만나온 아이들도 장난기 가득하고, 놀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때론 하느님과 만남에 너무나도 반짝이는 진지한 눈을 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기준과 방향이 조금 다를지라도 나름대로의 진지함으로 하느님을 만나가고 있는 이들을 알아가고 함께하는 일은 정말 행복합니다. 올해 제 한 가지 계획은 이런 만남을 더 많이 갖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진지한 눈빛과 뜨거운 마음이, 행복한 만남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