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 안양 가톨릭복지회관에서 열린 농아선교회 어르신 위안잔치에 앞서 봉헌된 미사에서 신자들이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있다
쥐고 있던 두 손을 입 앞에 가져와 자신을 향해 펼친 뒤,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니은’ 자로 만들어 들어 보인다. 이어 오른손으로 턱을 잡아당기듯 내밀고, 양손의 손가락을 셈하듯 접는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무언가 건네듯이 두 손을 내민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목소리가 있었다면 너무도 간단하게 끝날 이 말을 수화로 하려면 이렇게 많은 동작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 큰절을 하고 새해 인사를 하는 신자들의 손끝에는 말로 하는 인사보다도 더 정성스러움이 느껴졌다.
1월 14일 안양 가톨릭복지회관에서 열린 교구 농아선교회 어르신 위안잔치 및 새해미사의 풍경이다.
1월 14일 농아선교회 어르신 위안잔치 중 박태웅 신부(가운데)와 농아선교회 어르신 대표, 환갑을 맞은 봉사자들이 함께 촛불을 끄고 있다.
1월 첫 월례미사에서 어르신께 새해 인사를 하는 것은 농아선교회(회장 최근한, 지도 박태웅 신부)가 해마다 이어오는 행사다. 새해에 어른께 인사를 올리는 우리의 전통을 따라 공동체가 함께 어르신들을 위해 잔치를 여는 것이다.
청각장애인 신자들과 봉사자들은 새해 첫 미사를 수화로 봉헌하고, 함께 식사하고, 세배도 하며 새해의 기쁨을 나눴다. 또 어르신들을 위해 전통무용 등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미 가족 및 지인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기는 했지만, 신앙을 나누고 편하게 손으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이 잔치가 선교회 회원들에게는 정말 새해가 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준다.
이날 미사와 잔치에는 농아선교회 최고령 신자인 신명순(안나·91) 할머니도 참가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수화를 하는 것이 힘들지만, 다른 신자들의 수화에 미소로 화답하면서 함께했다. 신 할머니는 잔치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이런 잔치가 있어서 기쁘고 좋다”고 전했다.
농아선교회 어르신 위안잔치 중 회원들이 어르신들께 세배를 올리고 있다.
아울러 잔치 중에는 올해 환갑을 맞는 봉사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환갑 축하를 받은 김효진(발레리아·용인대리구 상하성모세본당)씨는 “100세 시대에 환갑을 축하받는다는 것이 부끄럽기는 하지만 하느님 안에서 축하받는다는 마음에 기쁘다”면서 “10년 가량 선교회에서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봉사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박태웅 신부는 강론을 통해 “오늘은 새해가 시작되고 처음 만나는 자리”라면서 “(선교회) 여러분 모두 항상 건강하고 하루하루의 생활이 편안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농아선교회 어르신 위안잔치에 앞서 박태웅 신부가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