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박석희 주교는 제11회 자선주일을 맞아 12월 11일「자선활동은 정의로운 회개의 삶입니다」라는 제하의 담화문을 발표, 참된 자선은 인간을 위한 자기 봉헌임을 천명했다.
박 주교는『물질문명이 발달하고 민주적 자본주의를 부르짖고 있는 현대 사회의 뒷그늘에는 육체와 물질을 우상으로 섬기는 음란하고 소비주의적인「죽음의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면서『죽음의 문화를 극복하는 길은 물질이나 하느님의 사랑의 법으로 사는 사람들의 자선활동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보여주는 길』임을 강조했다.
◆자선주일 담화문 (요지)
『도끼가 이미 나무 뿌리에 닿았으니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다 찍혀 불 속에 던져질 것입니다』고 한 요한 세자의 종말론적 외침에 마음이 찔린 사람들이『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라고 긴박하게 던진 이 질문은 인간의 궁극적 질문입니다. 성탄축일을 맞이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우리에게도 이 질문은 참으로 의미 있는 것입니다.
요한 세자는 이 질문을 한 세리에게『여러분에게 할당한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십시오』하고 군인들에게는『협박하거나 속임수를 써서 남의 물건을 착취하지 말고 자기가 받는 봉급으로 만족하시오』라고 했습니다. 부정하게 속임수로 남의 것을 범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족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정의의 삶이고 동시에 자선활동입니다. 개개인이 자기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각자 자기 신분에 따라 자기의 삶을 성실하게 사는 것은 자기와 타인을 위한 일차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타인에게 봉사하고 타인을 위한 자선활동이 됩니다.
정의에 기반을 둔 자선활동은 진정한 회개없이 불가능합니다. 정의가 없는 자선활동이 자기 기만에 빠지듯 사랑이 없는 정의는 폭력을 유발합니다. 자선은 사랑에 의한 사랑의 활동이며 이렇듯 순수한 사랑은 성령에 의한 회개로서만 가능합니다.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시고 그분의 주권에 승복함으로써 물질 소유의 노예에서 해방될 때 진정한 자선이 나옵니다.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민주적 자본주의를 부르짖고 있는 현대 사회의 뒷그늘에는 육체와 물집을 우상으로 섬기는 음란하고 소비주의적인「죽음의 문화」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죽음의 문화」를 극복하는 길은 물질이나 육체의 법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의 법으로 사는 사람들의 자선활동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보여주는 길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서 나온 자선은 사랑으로 자기를 봉헌하게 만듭니다.
인류의 비참함을 짊어지시고 형제들 중 가장 미소한 사람들처럼 되기 위해 이 세상에 탄생하신 예수님의 성탄은 가장 큰 자선의 축제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성탄을 정의와 사랑이 꽃 피는 자선의 축제가 되도록 하여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 함께 축복 받는 날이 되게 합시다.
1994년 12월 11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 위원장 박석희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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