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에 결혼해 13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했지. 몸에 좋은 약도 많이 먹고, 용한 병원도 찾아다녔지만. 임신이 안되더라구. 순풍순풍 쉽게 아이 낳는 친구와 가족들을 보면서 간절히 기도하고 선하게 살려고 무던히 노력했는데. 특별한 이상도 없다는데 왜 나만 안 되는 걸까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어. 그러다 문득 ‘못 주시는 주님 마음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하느님께 ‘주님 더 이상 아이 달라고 하지 않을게요. 제 생각만 했네요. 못 주시는 주님 마음은 더 힘드셨죠. 죄송해요’라고 마무리 기도를 올렸지. 그리고 바로 설 명절이어서 시댁에 갔어. 첫애를 임신한 동서와 마주 앉아서 전을 부치는데, 만삭인 동서의 배만 보게 되더라구. 힘들어하는 동서를 방으로 들여보내고 혼자 음식을 하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았어. 그래도 아프단 말 한마디 못하고 혼자 온갖 일을 다하고 집으로 돌아왔지. 오는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더라구. 내가 속이 좁구나, 내가 아직 마음을 비우지 못했구나 생각하면서 엉엉 울었지. 무던하고 착한 남편은 아무 말없이 손을 잡아주더라구.”
성당에서 함께 기도하는 엘리사벳 언니. 똑똑하고 야무진 딸, 덩치 좋고 착한 늦둥이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주위 사람에게 넉넉한 마음을 나눠주는 참 좋은 언니. 얼마 전에야 알았습니다. 언니가 힘든 난임을 이겨내고 13년 만에 첫딸을 낳았고, 6년 뒤 늦둥이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을. 그 힘겨웠던 명절 때 태중엔 딸내미가 있었는데, 그게 입덧인지도 모르고 병이 난 게 아닌가 싶어 걱정하다가 뒤늦게야 임신 사실을 알았다는 엘리사벳 언니.
언니는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꼭 기필코 우리 기도를 잊지 않고 기억하신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을 합하여 선으로 응답해 주시는 하느님, 그래서 희망을 잃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며 웃는 언니가 저는 참 좋습니다. 언니는 난임부부가 가족 친지와의 만남을 불편해하면 절대로 강요하지 말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얼마나 힘들고 아픈지 아무도 몰라.”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옷 속에 날개를 숨긴 건 아닐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여러분께 자랑하고 싶은 제 천사 친구들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