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1월 25일 열린 「유스토 다카야마 우콘」 출판기념회 중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기수 신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최용택 기자
신앙은 민족과 국경마저 넘는다. 더구나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모두 한 형제이기도 하다. 더 높이 올라가기를 마다하고 하느님께 다가서고자 한 다카야마 우콘의 삶이 40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한국에 도착했다. 가톨릭신문은 그의 이야기를 담은 「유스토 다카야마 우콘」을 번역·출간하고 1월 25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책의 저자 후루스 가오루 신부도 참석해 복자의 삶을 풍부하게 조망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다카야마 우콘의 신실한 신앙과 자신을 낮추는 삶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교회에도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 우콘 일대기 펼쳐낸 저자 강연
이날 열린 후루스 가오루 신부의 특별강연은 책에 실린 다카야마 우콘의 시복 의의는 물론, 집필 배경과 역사, 세계화에 대해서 폭넓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가오루 신부는 “1615년 유배지 마닐라에서 병사한 우콘은 후세까지 널리 이해하고 회자돼야 할 인물이다. 전란 시대 지체 높은 집안에서 태어난 우콘은 당시 주목할만한 인물로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봉사하는 삶, 가혹한 경쟁 사회 안에서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았다”며 “이 같은 복자의 모습은 서로 경쟁하는데 지친 현대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올라가는 삶이 아닌 내려오는 삶은 진정한 복음의 가치를 일깨운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느님과 세계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세계화라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시각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한다”고 밝히며 “경제나 환경, 정치가 조화를 잃게 되면 가난한 이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고, 우리는 문화에 대한 인식과 자각으로 책임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콘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기본으로 세계화를 제안한 순교자라며 “그는 자신을 더 낮추고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을 비우는 사람으로 생을 다 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가오루 신부는 일본의 전통문화인 ‘다도’와 기도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등을 풀어내 복자의 신앙 일대기를 촘촘히 엮은 책 「유스토 다카야마 우콘」의 폭넓은 이해를 도왔다.
■ 국경 초월해 순수한 신앙에 감동
이날 행사에는 조환길 대주교(대구대교구장), 장신호 주교(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익 주교(전 춘천교구장), 류한영 신부(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 부소장), 유은희 수녀(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역사전문위원) 등 교회사 및 순교자 현양사업 관계자 및 저자인 후루스 가오루 신부, 역자 유은주씨, 다카야마 우콘에 관심이 있는 신자 등 다수가 참석했다.
장익 주교는 “다카야마 우콘이 유배를 갈 때 조선인 복자 카이요가 함께 있었다. 흔히 교회사를 이야기할 때, 국경 안에 있는 나라만 생각하는데, 우리는 국경을 넘어 더 넓은 신앙사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일본과 우리나라가 오래전부터 넓고 부드러운 교류가 있었고, 함께한 신앙의 아름다운 역사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한건 신부는 “복자의 순수한 신앙은 국경을 초월한다. 이러한 신앙의 힘으로 국가 간의 어려운 부분을 넘어 교류하고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유은희 수녀도 “책 부제인 ‘지금 자기를 낮춘 사람에게’는 오늘날에도 필요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복자와 다도 이야기가 토착화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으며, 이번 책 출간이 한국교회 안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스토 다카야마 우콘」을 옮긴 유은주(주교회의 미디어부)씨도 출판기념회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의 친지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역자로서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같다”며 “한국과 일본이 박해시대를 겪을 때 그것에 굴하지 않고 신앙을 지키며 삶으로써 믿음을 실천한 복자의 모습이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